<취재일기>시민 원성만 산 물대책 반상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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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도료는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발암물질까지 들어있는 수돗물을먹이다니….』 부산시가 식수 비상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17일 임시반상회를 열었으나 오히려 원성만 산 자리가 되고 말았다.
鄭文和부산시장이 참석키로 한 부산시해운대구중1동 모음식점의 임시반상회에는 어촌계어민.횟집상인등 40여명의 주민들이 예정시간보다 30분전에 모여 발암물질 검출사실 발표가 늦춰진 이유와앞으로의 수돗물 대책등에 관해 진지한 해명과 토 론을 요구할 참이었다.그러나 예정시간보다 20여분이나 늦게 반상회장에 나타난 鄭시장은 『부산시민들은 낙동강 오염의 피해자』라며 『수돗물에서 검출된 벤젠.톨루엔등 발암물질은 인체에 해로울 정도는 아니다』는 해명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鄭시장은 『발암물질 검출사실을 5일간이나 숨긴 이유가 뭐냐』는 한 주민의 질문에『부산검사소에서 음용수 수질검사항목외에 다른 물질이 나왔다는 보고를 받고 다시 확인시키느라 늦었다』며「뒷북행정」을 변명하느라 바빴다.
鄭시장은 한술 더 떠 『법정 수질검사항목이 아닌 물질을 발견해낸 부산시에 상을 줘야한다』고 말해 참석주민들을 더욱 흥분케만들었다.鄭시장은 이어 4월이면 화명정수장에 오존처리시설이 완료돼 「세계에서 가장 맑은 물」을 마시게 된다는 등 정부의 수질개선 대책을 열심히 설명했으나 모두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주민들은 또 낙동강 수계의 수돗물을 먹지 않아 수돗물 파동의 직접피해 지역이 아닌 중1동 반상회에 시장이 참석한데 대해서도 『진정으로 수돗물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위로하고 협조를 구하려 했다면 피해지역 반상회에 참석해야 마땅한 것 아니냐』고 따끔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날 함께 열린 대구지역 반상회에서「오염원 가운데 생활하수가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가정에서부터 합성세제를 덜 쓰자」는등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것과 비교하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보다 일방적 홍보와 변명에 그쳤 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자리였다.또 임시반상회가 갑자기 열려 시민들 대부분이 반상회가 열리는 사실조차 몰라 대부분 지역에서는 반상회가무산되는등 졸속행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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