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증권」 제일은서 인수할듯/신용금고·투자자문사도/상은 공개입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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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마감시한까지 단독 등록
상업은행이 공개매각할 상업증권·상업상호신용금고·상업투자자문 등 3개 자회사는 제일은행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11일 상업은행은 14일로 예정된 상업증권 등의 입찰을 위한 등록을 마쳤는데 마감시한인 오후 4시까지 등록서류와 입찰금액의 1% 이상 입찰보증금을 제출한 곳은 제일은행 한 곳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업은행측은 『입찰자가 하나뿐이라도 입찰은 성립되므로 가격만 맞으면 낙찰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14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공개입찰에는 제일은행이 단독으로 응찰할 확률이 커졌다.
그러나 제일은행이 납부한 입찰보증금의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단독입찰이 이뤄지더라도 제일은행이 제시한 가격이 상업은행의 내정가에 미치지 못하면 1차 입찰은 유찰되고 당일 오후에 2,3차 입찰을 잇따라 실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양측의 협상으로 낙찰가격은 상당폭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업은행은 상업증권 등의 입찰이 유찰될 경우에 대비해 재입찰을 실시하기보다는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입찰참여를 검토중이던 외환은행·신한은행·제일생명·대한생명·흥국생명·롯데·(주)영풍·코오롱 등은 가격이 비싸 모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단독 등록 배경과 전망/제시가 너무 비싸 입찰에 “찬물”/제일은,“값 절충만 남았다” 느긋
상업증권 등 상업은행의 3개 자회사가 예상보다 싼값에 넘어갈 전망이다. 11일 입찰등록을 마친 결과 제일은행이 단독 입찰할 확률이 커지면서 제일은행은 느긋한 입장으로 가격협상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측은 이미 『결국 쌍방간에 가격을 절충하는 일만 남았다』며 「입찰」보다는 「협상」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반면 상업은행은 입찰등록 결과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데 지난 7일 19개사가 참가했던 입찰설명회와는 달리 등록창구가 의외로 한산하자 내심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물론 14일 제일은행이 써낼 입찰가가 상업은행이 기대하고 있던 수준에 훨씬 못미칠 경우 3차 입찰까지 모두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입찰이 깨지고 수의계약으로까지 갈 경우 값은 더욱 떨어지게 마련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던 입찰경쟁이 예상외로 열기가 식은 것은 상업은행이 여러가지 비공시기적인 방법을 통해 제시한 값이 너무 비쌌기 때문인 듯하다.
그동안 상업은행은 3개 자회사의 값을 공공연히 3천5백억원으로 불러오다 지난해 서울신탁은행이 대한증권을 예상보다 비싼 1천5백76억원에 처분한데 고무돼 내부적으로 『대한증권도 비싸게 팔렸는데 상업증권도 더 올려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4천억원선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입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은행·보험사·대기업들의 상업증권 등에 대한 「평가액」은 애초부터 대략 2천억∼2천5백억원선이었다.
사려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매긴 값이 무려 1천5백억∼2천억원이나 어긋났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금융계에서는 『상업은행이 증권사를 내놓지 않으려고 일부러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게 부르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를 인수할 필요성은 절실했지만 터니없이 비싸게 불러 입찰에 응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교보·대한·제일·흥국생명 등 생보사들도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의사를 비췄으나 한결같이 『상업은행측이 부르는 값이 자체평가보다 1천억원 이상 비싸 포기했다』고 밝혔다.
기업으로는 삼성·롯데·코오롱·동아·영풍 등이 응찰할 것으로 상업은행측에 의해 먼저 소문이 돌았으나 역시 값이 맞지 않아 입찰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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