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스폰서' 이란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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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탈레반에 억류됐던 한국인 인질 2명이 13일 풀려나면서 남아 있는 인질 19명의 석방을 위한 협상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첫 석방이라는 물꼬가 트였을 때 총력을 다해 사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남아 있는 인질 석방을 위해 지금까지 동원해온 수단 외에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탈레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란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랍자 가족들이 이미 주한 이란대사관을 방문해 석방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정부 차원의 직접 접촉이 필요한 시점이다.

AFP 통신은 14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과 영국은 이란이 탈레반을 도와주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이란이 탈레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이란이 탈레반의 무기 공급원이라면, 탈레반은 이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대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탈레반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미국과 영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란은 아프간 문제를 해결하는 조력자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며 협력을 당부했다.

한편 인질을 둘러싼 삼각협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는 것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2명의 인질이 석방된 것은 탈레반과 한국 측의 대면협상이 이뤄진 직후부터 실마리가 풀렸다.

탈레반 측은 대면협상 직후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을 약속했고 결국 성사됐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탈레반과의 대면협상도 강화하고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도권을 쥐고 사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질 석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을 수 있는 나라는 이제 한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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