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대기숙사 공동집필 이상준 자치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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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비운동권 출신이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는등 대학가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기숙사생들의 24시를 샅샅이 그린 책이출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팅보고대회」「기숙사 개구멍」「최고 잠꾸러기」등 2천여 서울대 기숙사생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서울대기숙사』(비전출판사).이 책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것.
『예상대로 구질구질한 얘기들을 써 학교망신시킨다고 비난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하지만「우리 자화상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는 격려도 의외로 많더군요.』 각 棟대표 12명을 포함해 21명으로 이뤄진 자치회는 지난 몇달동안 책 한권의 두께보다 훨씬 성숙해졌다.
『우리들의 생생한 고민과 참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책을펴내게 된 동기를 밝힌 서울대기숙사자치회는 기숙사생들의「생활의質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고민하는 신세대들이다.
6년전 학생운동이 한창이었을 때 생겨난 자치회의 설립배경에는기숙사생들도 학생운동에 동참하자는 뜻이 숨어있었지만 90년부터는 복지문제에 대해 기숙사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최우선과제가 됐다는게 자치회측의 설명.
자치회는 올 해 들어서만 기숙사에서 정문까지 셔틀버스 운행을성사시켜 학생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3월『집과 같은 분위기를 느껴보자』며 희망자에 한해 방에 장판깔기사업을 펼쳤던 자치회가 현재 고심하고 있는 사업은 식당문제.
『밀가루만 있는 탕수육,너무 단단해 젓가락이 휘는 돈까스,여자라고 조금만 주는 식사서비스등을 개선해보겠습니다.』 「식사문화 향상을 위한 특별연구위원회」를 만든 자치회는 농협측에『식당운영을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의를 하는등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행동파들로 구성됐다.『날로 심각해가는 개인주의를 극복해내는게 자치회의 최대과제입니다.』 자치회장 李尙俊군(20.국사학과 2)이 말하는 21세기 기숙사像이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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