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법 개정 팽팽한 대립/여야,개혁입법 국회처리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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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신법은 「보안도청」 허용 쟁점/“상향식 공천도입”엔 한목소리/합동연설회 폐지·쿠퐁제도 논란 불가피
여야가 공전됐던 정기국회를 11일부터 정상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 남은 기간중 중점적으로 논의될 개혁입법의 처리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10일의 총무접촉을 통해 11일부터 내달 2일 예산안 법정처리시한 이전까지 개혁입법을 예산안과 「병행처리」 한다는 것으로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민자·민주 양당은 남은 회기중의 중요안건이 새해 예산안과 함께 안기부법·통신비밀보호법의 이른바 비민주악법 개폐와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 등의 개혁입법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그간 국회 정상회의 걸림돌로 묶어놓았던 과거청산의 고리를 풀어주어 여야는 국회 정상화에 어렵게나마 합의할 수 있게 됐다.
이에따라 개혁입법을 다루고 있는 국회 정치관계 특위의 1심의반은 정당법·선거법·정치자금법 등의 3개 정치관계 법안과 통신비밀보호법안,그리고 2심의반은 안기부법 개정논의로 한층 바빠지게 됐다.
이 가운데 여야 어느쪽으로부터도 법개정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선거법뿐으로 양당은 곧 법안을 최종 확정짓고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양당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놓고보면 영야 공히 「깨끗한 정치」의 설현이라는 대전제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특히 여야의 개정안이 중앙당의 소수지도부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공천방식을 바꿔 지구당 등에서 후보자를 뽑는 길을 열어준 것은 큰 의의를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다.
즉 하향식이 이난 상향식 공천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서구와 같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형을 우리 정치에서도 실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에서 민주당이 요구하는 재정신청 제도의 도입,합동연설회의 존치와 정치자금법의 정당기탁금제 페지,쿠퐁제(정치자금 기부증서제)의 도입 등은 양당이 이견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여야는 「투명한 정치」의 구현이라는 대전제하에 이러한 이견을 협상과정을 통해 점차 좁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개혁입법의 처리에 있어서 가장 큰 정치적 분란의 소지는 안기부법 개정의 향방과 이번 국회에서 새로 개정될 통신비밀보호법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비밀보호법안은 큰 줄기에서 양당 법안이 차이가 없지만 이른바 「보안도청」의 허용방법이 초점이다. 다시 말해 국가안보상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도청·감청의 승인방식에 관한 것으로 민주당은 법관의 영장주의를,민자당은 대통령의 승인을 요건으로 들고있다.
영장주의에 대해서는 민자당내에서도 일부 찬동하는 의원들이 있어 의견조정 과정에서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안기부법안은 이보다 훨씬 더 뜨거운 쟁점들이 산적해있다. 대표적으로 안기부의 수사권 폐지,정보·보안조정권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이관,국회 정보위원회의 위상강화(안기부 예산안의 국회제출) 등은 여야가 한치도 물러서기 어려운 핵심조항들이다.
민주당은 과거 군사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악용해온 이들 조항이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자당은 법개정 방향에 대북관계 등을 고려하여 이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안기부의 정치관여죄 신설이라든가 국회정보위원회 설치 등은 여야개정안의 공통된 조항이다.
정치특위에서 이같이 민감한 문제를 모두 떠맡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야는 특위의 법안처리와 함께 총무회담이나 막후절충 등의 정치적 협상을 병행해가면서 타결방향을 모색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가지 여야의 정치관계법 개정안 마련과정에서 보았듯이 각당의 내부에서 갖고있는 불평·불만이 불거져나올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는 뜻하지 않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적지않은 내부의견 조정과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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