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두달중간평가>5.국민부담 줄일 세정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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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융실명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公平課稅다.재산과 소득이 많으면 많은 대로,적으면 적은 대로 세금을 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이 목표는 제대로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것이다.실명제가 생활화된 선진국에서도 脫稅나 돈세탁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자주 등장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도 실명제 대열에 뛰어든 이상 형평과세는 정부가 추구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자산 종합과세가 기본인데 정부는 이것을 96년이후로 미뤄 놓고 있다.초기엔 실명거래 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이것이 정착되면 종합과세로 간다는 복안이다.
실명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응이라는 생각도 들지만일부 전문가들은 종합과세를 당초 계획보다 1년정도는 앞당길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하며 그에 앞서 앞으로의 재정 계획이나 稅制등「큰 틀」을 손질할 것도 적지 않다.
금융실명제로 인해 가장 큰 환경 변화를 맞게 되는 분야는「금융」이 아닌「稅政」쪽인데도 정부의 재정 정책은 지나치게 소극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세금이 올 전망치보다 13%(4조7천7백억원)더 걷힐 것으로 잡았다.그러나 재무부는 당장 올 稅收부터 당초 전망치에 약 1조5천억원 못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결국 내년 세금은 올보다 6조2천억 원이나 더 걷혀야 정부가 계획한 일을 다할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실명제 실시로 경기는 더욱 위축되는 양상을 보여 내년稅收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三星.大宇.起亞등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내년 세금이 올보다 6조원이상 더 걷힐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은「기발한」아이디어로 대응한다.물가상승률을뺀 실질성장률은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높아져 세수규모 기준이 되는 經常성장률은 12~13%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가가 올라 내년 세금징수에는 별문제 없다는 논리인데 참으로 위험스러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물가가 오르면「덜 가진자」일수록 고통은 더 받는 것이 상식인데도 실명제 다음해를 내다보는 정부의 재정 구상이 이 모양인 것이다.
稅制개편안에서도 유사한 모순은 드러난다.간접세비중을 높인 것이 그것이다.
물건값에 얹어 걷는 간접세는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세금이 부과된다.
예컨대 세탁기 값에 포함되는 특소세의 경우 세탁기를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똑같이 세금을 낸다.따라서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세금부담이 무거워 지는 것은 물론이다.간접세가 소득 逆進的이라는 지적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년 세제개편안중에는 간접세 인상부분이 유독 많다.
휘발유.경유.액화천연가스(LNG)등 油類를 비롯해 소주.세탁기.VTR.지프등 다양하다.
***50%線 웃돌듯 이에따라 그동안 낮아지 던 간접세비중(작년 전체 세금중 47.2%)은 내년에 다시 50%선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간접세가 높아지면 물가도 불안해져 서민들은 二重고통을 당하게 된다.
앞으로 무자료거래가 줄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점에 대해 稅率인하의 소리도 높지만 정부는 여전히「그때가서보자」는 입장이다.실명제가 경제전반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초대형 조치라면 당국자들의 思考와 정책방향도 당 연히 거기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沈相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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