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칩 도둑 극성 美 암시장 연6백억불 규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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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美國에서 최근 컴퓨터 칩을 노리는 신종 「하이테크 범죄」가 늘고있어 경찰과 컴퓨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이들 신종 범죄자들은 칩 생산업체등으로부터 칩을 대량으로 훔쳐 미국내 중소컴퓨터업체나 臺灣등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시가를 훨씬 밑도는 가격으로 훔친 칩을 판매하면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가장 수요가 많은 인텔 486칩의 경우정상적인 경로로 구입하면 4백50~5백달러.그러나 장물은 불과1백50달러에 팔린다.美연방수사국(FBI)의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암거래되는 컴퓨터 칩의 거래총액은 6백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컴퓨터업체들이 몰려있는 美캘리포니아주 북부 실리콘 밸리는 「칩털이」들의 집중적인 공략대상이 되고 있다.지난달 무장강도 6명이 이 지역 인텔보급소에 침입,컴퓨터 칩 도난사건으로는 최고액인 74만달러어치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훔 쳐 달아난것을 비롯,매주 1백만달러 상당의 컴퓨터 칩 도난사고가 일어나고 있다.캘리포니아주 샌타클레라市의 줄리어스 핀켈스타인 검사는『컴퓨터 칩 암거래는 마약판매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증가추세』라고 설명한다.이같이 칩 암 거래가 성행하게 된 것은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지난 한해 컴퓨터업체들간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개인용 컴퓨터가불티나게 팔리자 칩 생산사들은 밀려들어오는 칩주문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다.더욱이 지난 7월 日本 스미토모(住友)화학공장의 폭발사고로 칩생산에 필수적 재료인 에폭 시 수지의 조달이 차질을 빚으면서 칩의 품귀현상은 더욱 악화됐다.
그 결과 대기업들에 밀려 칩 확보가 어렵게된 컴퓨터 생산 중소업체들은 훔친 물건이라는걸 알면서도 어쩔수없이 장물을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한편 경찰은 칩도난범들의 체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샌호제이市의 존 맥매헌 경사는 『도난된 칩이 3일동안 주인이 18번 바뀐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고 『심지어 원주인에게 되팔린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李碩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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