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요트맨 재일교포 김원일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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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망망대해를 누비며 한국인의 기상을 떨친다」-.
숨막힐듯 조여오는 격랑의 파고를 헤치면서,때로는 불현듯 찾아드는 불면의 고독감을 떨쳐내면서 시시각각 형태를 달리하는 잿빛바다와의 싸움,그것은 더이상 화폭에서나 그려봄직한 풍경이 아니다. 재일교포 金元一씨(49).88년 무동력 소형요트(밍코리아호)로 홀홀단신 태평양(부산~샌프란시스코.1만3천6백㎞)을 횡단,한국인의 기상을 전세계에 떨친 그의「위대한 이야기」는 이미꿈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불멸의 전설로 통하고있다.
망망대해에서 펼쳐보인 그의 뜨거운 맥박과 억센 투지는 분명 진한 감동의 대서사시였으며 누구도 감히 넘볼수 없는 쾌거였다.
요트로 태평양 단독횡단에 성공한 사람은 일본의 호리에 겐이치(堀江謙一),영국의 로체터등 지금까지 8명뿐이며 한국 에선 80년 魯英文.李載熊씨 2명이 함께 동반횡단했었다.
金씨가 이번엔 세계일주의 대장정에 나선다.그것도 「단독 무기항 세계일주」의 당찬 포부속에 출항에 앞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제주도에서 맹훈련을 쌓고있다.
그의 출항의 변을 들어보자.『광란하는 파도와 질식할것같은 외로움의 바다에 억센 투지일 한점 커다란 획을 긋기위해 수많은 날들을 뜨거운 정열로 불태웠습니다.이제 두려움은 지워버리고 다시한번 미지의 바다를 찾아 세계일주의 길에 나서렵 니다.』 金씨가 현재 잡고있는 세계일주 항해일정은 오는 10월10일 반도의 남단 목포항을 출발,태평양~파나마운하~대서양~인도양을 거쳐호주.뉴질랜드.파퓨아뉴기니로 이어지는 남태평양을 거슬러 올라 내년 8월10일께 한국에 귀항하는 것으로 돼 있다.장장 10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논스톱 항해다.
이를 위해 金씨는 이미 길이 12.6m,무게 10t의 강화플래스틱(FRP)요트를 일본으로부터 임대해 지난 10일부터 제주도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항해활동에 맞게 꿰맞추는등 착실한 준비작업을 해오고있다.한국해양계의 태두격인 장보고의 이름 을 빌려「장보고호」로 명명된 이요트는 무비카메라 4대,무전기2대를 비롯해 각종 최첨단 장비를 고루 갖추고있다.
특히 요트안에 애완견.비둘기.앵무새.병아리숙사와 콩나물 재배단지를 따로 마련,항해중 이들 동.식물의 생태를 TV화면에 담는 일도 아울러 계획하고 있다.
金씨가 요트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기는 8년전인 85년.재일교포 2세로 부인과 장성한 두딸을 두고있던 金씨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돌연 고국을 찾은것이 계기가 됐다.평소 요트광이던 金씨는 86아시안게임.88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이를 기념하기위한 사업구상에 골몰하다 불쑥 태평양횡단을 결심하게 된것.
88년 태평양횡단후 金씨는 일본당국으로부터 귀화할것을 설득받기도 했으나 이를 거부,현재는 가족들과 헤어져 서울성수동에서 자동차서비스센터(「밍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훈련은 전적으로 혼자하는 편이긴하나 체력이 워낙 좋은데다 수영솜씨 또한 2~3㎞쯤은 넉넉하게 헤엄칠 수있는 수준급.그러나金씨는 이번 항해가 10개월동안 단 한군데도 기항하지않는 강행군임을 감안,지난해부터 야간 산악훈련.암벽타기등 으로 체력.극기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그의 후원자격인 친구 羅德洙씨(50)가 귀띔.
출항일을 앞두고있는 金씨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항해에 필요한1억5천만원안팎의 자금조달.현재 20여명의 동호인들이 성금을 모아 훈련경비를 지원해주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때문에金씨는 뜻있는 후원자가 나서 한국인의 기상과 자존심을 세계만방에 떨칠수있는 자신의 이번 세계일주 항해에 동참해주길 간절히 바라고있다.연락처 제주(064)○931510~3(아시아레저산업). 〈全鍾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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