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로 바뀐 일 자민당의 소아/이석구 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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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자민·비공산연립정권이 출범과정에서 국회 사무직원의 실수로 총리지명투표를 두번이나 실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비자민 연정측과 자민당은 수차례 걸친 협의끝에 6일 가까스로 타협에 성공,본회의를 열고 중의원의장에 도이 다카코 사회당 전 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원구성에 성공했다.
이어 실시된 총리지명선거에서 중의원 사무국직원이 의원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투표케 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자민당의원 29명이 이름을 빼먹었다. 중의원에서의 투표는 사무직원이 의원명부에 따라 의원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 그 순서에 따라 투표하도록 되어 있다. 뒤늦게 1페이지분의 의원을 호명하지 않은 것을 알게된 사무직원은 마지막으로 빼먹었던 의원이름을 다시 불러 투표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자민당의원들은 『투표순서가 바뀌었다』며 규정위반이라고 항의했다.
각당의 의원운영위원들은 즉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협의한 결과 『투표가 무효는 아니나 투표순서를 바꾸는 선례가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투표를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도이 의장은 재투표를 선언하고 오후 8시20분부터 휴회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투표가 끝난 것으로 알고 돌아간 의원들이 있어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등 법석에 떨다 오후 10시10분 본회의를 속개,재선거를 한 끝에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신당대표를 총리로 지명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일본을 38년간이나 이끌어온 자민당이 어떻게 저렇게 타락(?)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직원은 아무런 저의도 없이 단지 실수로 호명을 잘못했을 뿐이다. 더구나 호명에서 빠졌던 지민당의원들중 일부는 뒤늦게나마 사무직원의 호명에 따라 투표에 참가했다. 그런데도 이를 트집잡는 자민당이 안쓰럽게만 보였다.
과거 사회당이 늘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다며 빈축을 주던 자민당이 여당에서 야당이 됐다고 하루아침에 태도가 1백80도 바뀌었으니 말이다. 자민당은 야당이라 하나 여당 제1당인 사회당보다 의석수가 3배나되는 거대 야당으로 행정과 정책면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우수한 인재를 다량 확보한 정당이다. 이같은 힘을 배경으로 여유를 갖고 소아는 버린채 정정당당히 정책대립을 벌인다면 다음 총선에서 자민당이 정권을 되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그런데도 이처럼 조그만 문제에 트집이나 일삼다가는 아마도 정권탈환의 길이 점점 더 멀어질 것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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