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복수』엘릭스 캘리니코스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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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구소련을 포함한 동구의 붕괴로 자유민주주의가 승리를 구가하면서 이제부터는 이데올로기적 진화가 끝난 무료한 세기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의 포스트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유민주주의의 대립체로서 존재했던 사회주의가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면서 구사회주의권의 이론가들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방황에 빠져들고 있다.
짐바브웨 출신의 마르크스주의자 엘릭스 캘리니코스가 지은 『역사의 복수』는 마르크스주의의 종언을 거부하는 고독한 외침이자 정통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술한 책이다.
이런 주장을 펴기 위해서 캘리니코스는 옛 소련과 동구의 사회주의의 붕괴가 정통 공산주의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일당지배 및 관료적 지령경제와 동일시한 스탈린주의가 실패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캘리니코스는 『역사의 복수』에서 스탈린주의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분명 차이가 있음에도 동렬에 놓인 원인과 필연적으로 사멸할 수밖에 없었던 스탈린주의의 약점을 분석해 보이고 있다.
그는 우선 10월 혁명이 스탈린주의로 변화한 원인으로 제1차 대전을 꼽는다. 1차대전의 와중에서 볼셰비키가 택한 전시공산주의의 국가통제와 배급, 관료화된 조직기구들이 스탈린주의의 반혁명을 배태했다는 것.
또 농업의 강제집단화, 급속한 공업화정책, 비밀경찰을 통한 엄청난 권력집중, 그리고 강제적인 인구의 사회이동으로 특징지어지는 스탈린주의는 부하린의 일국 사회주의 교의와 결합되면서 정통마르크스-레닌주의와 멀어졌다고 적고 있다.
캘리니코스는 스탈린주의의 붕괴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으로 2차 대전이후 30여년간 진행된 자본의 전 지구화를 꼽고 있다. 이 시기에 스탈린주의는 다국적 자본주의의 세계시장 밖에 놓임으로써 생산성의 증대기회를 잃고 근대적 발전패턴을 찾는데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자유화된 동구권에서 대안으로 찾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시장경제」란 바람은 통찰부족이며 동구의 자본주의화는 기껏 제3세계 정도의 발전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세계체제로서 현존 자본주의의 불완전성을 극복할 대안으로는 아직까지 정통 마르크스주의가 유효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윤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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