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금융 일대개혁 시급”/「경제 해결사」 나선 주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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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탈세­불법모금등 행위 잇단 철퇴/보혁대결 추이,개혁과 직결될듯
중국 중앙당 정치국 상무위원·국무원 상임부총리·중국인민은행장­.
최근 중국경제대권을 장악하고 나선 주룽지(주용기)의 직함들이다. 그는 여기에다 국가경제무역위·국가계획위·재정부 등 주요 경제부서에 자기 사람들을 포진시켜 사실상 총리역을 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실권을 잡은 주가 당면한 금융혼란과 경제과열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현재 경제문제를 해결할 「중국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기도 한다.
주는 중국경제문제를 시장경제체제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경제가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한다.
시장 경쟁원리가 확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태평스러운 「쇠밥그릇」이 여전히 우세하며,이같은 풍토에서는 경제속도를 가속화 할 수 없는 반면 시장경제의 미비점을 악용하는 혼란들이 폭발적일 만큼 엄중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중국경제가 단순히 「과열」됐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내부회의에서 그는 중국이 지난해 개혁과 국민경제 속도를 서로 비교해보면 결코 대돌파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에서의 개혁성적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되풀이되어 왔듯이 너도나도 한꺼번에 달려들었다가는 동시에 빠져나가는 경제의 「대기대락」현상이 부분적으로 과열을 초래하게 되며,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체제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재정과 금융의 혼란. 기업마다 2중장부(장외장)를 만들어 사영기업의 90%,국유기업의 60%가 탈세를 하고 있으며 서로 경쟁적으로 높은 이자를 내걸고 자금을 불법적으로 모으는 「금융대전」,그리고 권력으로 이권을 챙기는 「권전교역」이 얽혀 있다.
이른바 우후죽순격인 경제개발구 문제는 경제혼란의 전시장에 해당된다. 은행이나 비은행기구들이 대규모로 해안지역의 부동산시장에 맹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한편 지방마다 「개발구」란 이름아래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내고 있다.
이 결과 자금이 부족해지고 예금수준이 바닥을 드러내는가 하면 장기성 대출로 자금순환 속도가 느려져 은행자금은 더욱 고갈되고 통화는 팽창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가 허가기준을 엄격히 통제하도록 지시한 개발구는 이미 전국에 2천여개를 넘어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땅만 1천8백만㏊에 달하는가 하면,농가지원 자금들이 개발구에 잠기는 바람에 각종 잡부금에다 농산물 수매대금차 제때 받지못한 농민들의 반체제적 소요사태까지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주는 이같은 경제혼란을 치유하기 위해 우선 통화발행량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불법으로 대출된 자금들의 단기간내 환수를 지시했다.
이와함께 올해 안으로 국가예산법·기업법 등을 제정하고 내년까지 은행법·보험법·감사법 등을 갖춰 중국 금융산업의 국제화·개방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같은 개혁목표가 달성된다면 중국은 명실상부한 계획경제로부터 자본주의 경제체제로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는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다만 49년 사회주의 중국 성립이후 처음의 도전인 재정금융체제 개혁이 성공할지는 보수·개혁파간 정치적 대결이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북경=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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