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책 허점많다/운항허가 무리/부족한 관제사/기장자격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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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과당경쟁 방관 사고위험 상존/활주로 좁은데 운항허용
승객수요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국내 양 항공사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노선증설·항공기 도입이 크게 늘고 있으나 이에 대비한 항공정책은 무책·졸속으로 일관,시설이 크게 미흡한 대부분의 국내선 공항에도 목포공항 아시아나항공기 추락사고와 같은 대형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통부는 88년 복수민항 출범이후 양 항공사의 조종사 부족이 심화되자 지난해부터 기장자격을 완화했고 공항마다 관제량은 급증하고 있으나 관제사 양성에는 뒷짐만 지고 있는 상태다.
또 사고를 낸 B737­500기종은 목포 등 지선공항에는 애초부터 운항할 수 없는 기종인데도 무리하게 운항허가를 내줘 사고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기장자격 완화=당초 5천시간이상을 비행해야 기장으로 선발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으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양 항공사가 경쟁적으로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기장이 크게 부족하자 교통부는 92년 1월부터 기장자격 조건을 3천시간으로 낮춰줬다. 이로인해 5년이상의 민항 비행경력이 있어야 갖출 수 있던 기장자격을 현재는 민항기로 3년정도만 비행하면 딸수있어 충분한 자질을 갖추기도 전에 기장을 급조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부기장으로 민항기 경력이 8∼10년정도 돼야 비로서 기장자격을 주고 있는 등 엄격한 기장자격 심사를 거치고 있다.
◇관제사 부족=현재 군공항을 제외한 김포·김해·제주 등 7개 공항 관제소에 근무하는 관제사는 모두 75명.
김포의 경우 관제사는 30명으로 그나마 독자적으로 관제를 할수 있는 「근무 한정자격」을 딴 사람은 19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김포관제소는 연간 관제량이 90년 12만8천9백77대에서 92년 16만3천7백51대로 늘었으나 관제사는 현재까지 한명도 늘지않았다. 김포공항의 하루 관제량은 평균 5백∼5백50대에 이르고 있으며 관제사의 1인당 관제량은 시간당 13대. 김포공항과 하루 관제량이 비슷한 홍콩의 경우 관제사만 1백50여명이고 1인당 관제량은 시간당 7대에 불과하다.
◇무리한 운항허가=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부속서장의 항공기 분류에 따르면 사고기인 아시아나항공의 B737­500기는 활주로 길이 1천5백m·폭 45m 이상이어야 운항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아시아나가 이 기종으로 운항중인 목포·울산·여수공항의 활주로 폭은 모두 30m로 ICAO규정에 미달하고 있으며 착륙때의 충격을 줄이는 타이어 압력(1백94Psi 이하)을 초과한 상태다.
활주로 폭은 비행기 이·착륙때 예측하지 못했던 바람 등의 영향으로 항공기가 옆으로 밀려나는 것을 고려해 안전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활주로 길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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