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훈 2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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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최명훈 2단이 맹위를 떨치고 있어 화제다. 빅타이틀 가운데 하나인 기성전 도전자선발리그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하거늘 거기에 그치지 않고 조훈현 9단과 양재호 8단을 연파함으로써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 최2단은 세계 최초의 컴퓨터온라인 기전인 「배달왕전」에서도 16강에 진입하는 등 쾌속항진중이다.
최명훈은 누구인가. 75년5월12일생이니 우리나이로 19세다. 이창호 6단·윤성현 4단·윤현석 3단·양건 초단같은 또래끼리 친하게 어울리는 사이. 그런데 최2단을 제외한 네 사람 모두 이른바 「충암패밀리」다. 이창호는 이미 세계정상에 올랐으니 차치해 놓고 윤성현·윤현석·양건이 충암의 신예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삼총사라면 최명훈은 달타냥과 같은 존재라 할까.
오늘날 유창혁·이창호등「충암마피아」가 세계를 호령하고 그들의 합산단수가 1백단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최명훈이야 말로 그 막강한 충암세에 맞설 유일한 재목이다. 그것은『두마리 토끼를 뒤쫓다가는 한마리도 잡기 어려운 법. 프로기사로 대성하려면 학벌욕심은 버려야한다』는 부친의 뜻에 따라 학교에 다니지 않고 바둑수업에만 전념하는 단 한사람의 10대이기 때문이다.
최명훈은 국민학교 1학년 때 아마3단인 부친에게 배웠으며 그후 김좌기 6단에게 사사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한국기원 연구생이 되면서 프로기사에의 뜻을 세웠다고 한다. 연구생 생활 5년만인 91년(17세) 김성룡(현2단·18세)과 함께 입단함으로써 그 꿈을 이루었다.
연구생시절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야말로 불철주야 공부했으며, 지금도 최규병 6단의 연구실에 나가 업저버 자격으로 충암출신 기사들과 어울려 칼을 갈고 있는 등 집념이 대단하다.
이창호 6단과는 함께 「뿅뿅」(전자오락)과 볼링도하고 게임이 끝나면 김밥·떡볶이·라면 등을 나누며 친하게 지내는 덕에 바둑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이창호는 노력하는 기사』라고 말한다. 한편 존경하는 선배기사는 김인9단이라고. 『점잖고 후학들을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 설명이다.
최명훈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이다. 마음이 착 가라앉아 있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창호와 흡사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KO패 당해본 권투선수가 맞는 젓을 두려워하듯 조훈현에게 매맞아본 사람은 떨다가 우세한 바둑도 역전당하지만 최명훈은 그런 경험이 없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조훈현을 꺾을 수 있었다』는 어느 9단의 분석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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