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도와준 폭탄男의 연애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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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15면

한 청년이 전차 안에서 술주정꾼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을 구해준다. 얼마 후 청년은 그 여성으로부터 명품 컵과 감사의 편지를 받는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연애 경험이 없는 이 청년은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도움을 청한다. 네티즌들은 이 순진한 청년에게 여러 가지 코치를 한다. 청년은 연애의 진척 사항을 게시판에 올리고, 네티즌은 댓글로 도움을 준다. 패션감각 제로, 매너와 무드가 전무했던 청년은 댓글 코치에 의해 점점 멋진 남자로 변화하고 결국 그 아름다운 여성과 연애에 성공한다.

조원희의 ‘일드’ 열전 <2> 전차남.

드라마 같은 이 이야기는 실화다.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내용의 댓글을 책으로 묶어 6개월 만에 100만권을 팔았고 만화와 영화, 그리고 드라마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중에서 단연 폭발적인 성원을 받은 건 드라마였다. ‘전차남’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 이하의 남자가 아름다운 사랑에 성공한다’는 내용이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점이었다. 드라마 버전은 바로 이 주제를 잘 살렸다.

‘사실은 잘생긴 남자 배우가 이상한 가발과 큰 안경을 덮어쓰고 평범 이하의 남자인 척’했던 영화 버전에 비해 실제로 평범 이하의 외모를 지닌 배우 이토 아쓰시가 주인공 전차남으로 열연했던 것이다. 또한 전차남을 도와주는 각양각색의 네티즌을 다채롭게 구성했고 분할화면 등을 통해 그들의 코치와 반응을 재치있게 전달했다.

사실 몇몇 대스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본 배우가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에게,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특이한 구성과 재치있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 드라마 ‘전차남’이 그 전형이다. 또한 자극적인 소재와 엽기적인 관계설정 때문에 일본 드라마를 꺼리는 시청자에게 좋은 선물이 될 만한 드라마다. 방영 이후 드라마 속 주인공이 좋아하던 가상의 애니메이션 ‘월면토끼병기 미나’가 실제로 제작되었고 ‘전차남-또 하나의 최종회 스페셜’과 ‘전차남-디럭스 최후의 성전’ 등 두 편의 외전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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