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항에 집착하나, 질문 형태 따라 2~3%p 왔다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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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右).박근혜 후보가 3일 충북 합동토론회가 열린 청주실내체육관에서 밝은 표정을 주고받았다(上). 하지만 서로 미소를 나눈 것도 잠깐, 냉랭한 표정으로 각자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下). [청주=조용철 기자]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38.3%,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25.0%였다. 13.3%포인트의 격차였다. 하지만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그보다 하루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34.3%, 박 후보가 27.7%의 지지율을 기록해 격차가 6.6%포인트에 그쳤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요인은 질문 방식이 달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코리아리서치센터는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누가 가장 낫다고 보십니까"라는 선호형 질문으로 물었다. 하지만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은 "다음 대통령으로 어떤 사람을 가장 지지하는 편입니까"라는 지지형 질문을 제시했다.

일반인으로선 '이러나 저러나 뭐가 다르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는 섬세하고 미묘해 질문 형태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진다는 게 여론조사 업계의 정설로 통한다.

신창운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3일 "생각을 묻는 선호형에 비해 행동을 묻는 지지형은 보다 강한 확신이 있어야 응답할 수 있다"며 "지지형으로 물을 경우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약한 후보 측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이 후보는 지지층이 넓은 대신 충성도가 낮은 반면, 박 후보는 지지층이 좁은 대신 응집력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결국 이 후보 입장에선 선호형 질문이, 박 후보는 지지형 질문이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유권자의 절대 다수가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본 적이 없는 호남 지역에서 '누가 더 나으냐'고 물으면 이 후보를 꼽는 사람이 많지만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그중 일부는 '지지 후보 없음'으로 돌아설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들을 선호형과 지지형으로 나눠 분석하면 그런 현상이 뚜렷하다. 이.박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선호형일 때 8~13%포인트, 지지형일 때 6~9%포인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형태에 따라 2~3%포인트 차이가 줄어드는 셈이다. 실제 득표 수로는 800~1000표에 해당할 것으로 보여 초박빙 승부에선 당락을 가를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질문 형태에 따른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TNS는 지난달 28일 '선호형'과 '지지형' 질문을 동시에 던졌는데 빅2의 지지율 격차가 각각 10%포인트와 9.5%포인트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선 선호형 질문을 먼저 한 뒤 곧바로 지지형 질문을 했기 때문에 응답자가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기 어려웠다는 반박이 나오기도 한다.

김정하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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