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예술가 이성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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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킷이나 스커트·코트 등 겉옷은 고가품도 서슴지 않고 구입하는 반면 넥피스나 양말 등 소품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소품을 잘 이용하면 얼마든지 분위기를 바꾸고 멋을 연출할 수 있어요. 이런 소품들은 옷에 비해 값도 저렴해 매우 경제적이지요.』
섬유예술가 이성정씨(49)가 밝히는 의상경제론이다. 스카프·머플러 등 넥피스나 액세서리를 잘 활용, 「멋쟁이」로 정평이 나있는 이씨는 독특한 무늬의 스타킹을 즐겨신는「스타킹 패션」으로도 유명하다. 국내에는 이렇다할 특색있는 스타킹이 없던 70년대 미국에서 섬유예술을 공부하면서 선진국 여성들의 멋 연출법을 자연스레 접하게된 것이 계기가 됐다는 이씨는 그들에게서 저렴하면서도 멋지게 옷 입는 방법을 배우게된 셈이라고 말한다.
그는 검정·베이지 등 단색계열 옷을 즐겨입기 때문에 단조로움을 덜고 싫증을 느끼지 않으면서 멋을 내는 방법으로 무늬스타킹을 택하게됐다고 말한다. 각종 문양의 스타킹을 20여켤레 가지고 있다는 그는 평화시장 보세코너나 압구정동의 양말 전문가게「끼」를 이용해왔으나 요즘은 집에서 가까운 쁘렝땅 백화점을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결코 비싼 스타킹을 사지 않는다. 보세품의 경우 1천∼2천원짜리가 고작이고 간혹 외제를 사게 되는 경우에도 5천원을 넘지 않는다.
『물론 옷이나 스타킹을 고르다보면 비싼 제품에 눈길이 가게 되지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옷이고, 또 사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일정액수를 넘는 옷은「저건 내 몫이 아니지」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해진 월급으로 생활하는 봉급생활자들은 처지에 맞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20년 넘게 무늬스타킹을 신어온 이씨는 스타킹 무늬의 변천이 섬유 문양의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고 전문가다운 견해를 피력했다. 초기에는 점등전통문양이 주종을 이루다 점차 마름모·물방울 등으로 변화, 최근에는 발포성염료를 사용해 그림의 이미지를 옮겨놓은 팝 아트로까지 발전했다는 것.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형상화하는 등의 작품그림을 연상시키는 문양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반면 이웃 일본의 경우는 아직도 줄·점등 전통문양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1백63㎝의 키에 보통의 중년여성과 달리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갖고 있는 이씨가 스타킹을 즐겨신게 된 것은 어린시절 발레를 공부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중·고교시절 발레를 하게되면서 타이츠를 입는 것이 생활화됐던 터라 온갖 문양의 스타킹을 신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됐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미술대학에서 섬유예술을 전공, 현재 이화여대 섬유예술과 부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생활속에서 멋을 창조하는 토틀 디자인 교육은「경제적으로 옷을 입고자」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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