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영원한 이별, 어른인들 쉬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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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면서 금기시하는 주제나 소재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어린이문학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각이 다양하고 자유로워지고 있다.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 많아지는 것도 그런 현상의 하나다.

 구두룬 맵스는 『작별인사』(시공주니어)에서 간결하고 울림 있는 문체로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죽음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리얼리즘 작품답게 매우 사실적인 묘사를 동원했지만, 결코 감정의 동요는 없다. 죽음이 특별한 자의 운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하듯 차분한 절제로 일관한다.

 평상심을 잃지 않는 작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언니가 매일 밤 안고 자던 양 인형 없이 잘 수 있을지 걱정하는 대목에서, 그리고 언니가 그 양 인형을 갖고 떠나갔는지 묻는 장면에선 눈물이 핑 돈다.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간 비르기트 언니가 좋아했던 파란색. 짧지만 강렬한 이 작품은 어린이 독자로 하여금 죽음을 맑은 물에 풀어놓은 투명하고 신비스러운 파란색 물감처럼 아름다운 이별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구두룬 맵스가 픽션 속에서 죽음을 이야기했다면, 미셀린느 먼디는 『슬플 때도 있는 거야』(비룡소)에서 실질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슬픔은 나쁜 게 아니므로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다고, 이 모든 불행이 아이의 탓이 아니라고 다독여 준다. 영혼에 대한 단상들, 깊은 상실감과 그리움, 그리고 앞날에 대한 새로운 희망에 대해 나지막하나 또렷또렷 일러주면서 아이들이 어두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와 한 단계 쑥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마음과 생각이 크는 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유익한 가이드북이다.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슬픔과 마주할 힘이 생겼다면 도다 가즈요의 『여우의 전화박스』(크레용하우스)를 읽어 보자. 환상적인 판타지 기법을 동원해 아이들로서는 상상해 보기 어려운 자식의 죽음을 다룬 시적인 작품이다. 영원한 작별의 슬픔을 이렇게 포근한 정서로 다룬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대상 연령은 살다 보면 해님이 잠자는 깜깜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는 사실을 배워가는 9세 이상의 어린이와 가끔씩 진지한 주제의 책 읽기로 삶의 내피를 살짝 맛보게 해 주고픈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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