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국적 사세요”/2만5천불만 가지면 이민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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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후지모리대통령 「돈끌기」 안간힘
『국적을 바꾸고 싶은가. 그러면 2만5천달러만 들고 페루로 오라.』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국가경제 회생책의 하나로 외국인 이민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페루정부는 특히 지난달말 국적취득을 원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2년동안의 유예기간 방침을 철회,보다 쉽게 페루국적을 얻도록 허용하는 이민정책 완화조치를 취했다. 페루가 노리는 것은 일본·홍콩 등 아시아 비즈니스맨들의 투자 이민유치 강화다.
후지모리대통령은 『이같은 정부 방침은 이민정책이 아닌 투자정책』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후지모리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90년만해도 페루는 연간 7천6백50%의 엄청난 인플레율로 세계 최악의 경제파산국가로 지목됐었다. 그러나 페루는 그의 집권이 안정돼갈수록 경제성장을 기록,지난해 연간 인플레율 57%로 급속도의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이처럼 외국자본 유입에 발벗고 나섬으로써 중남미 경제대국으로의 발돋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루정부는 이같은 투자 이민정책으로 우선 올해 당장 약 1만명의 외국인이 기술·전문지식·현금을 갖고 이민와 국가자산을 1인당 약 2억5천만달러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지난 15년간을 통틀어 7억달러에 불과했던 외국투자가 향후 몇년안에 배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일본을 방문,일본의 페루투자 약속을 받아냈던 후지모리대통령은 현재 「순전히 비즈니스를 위한」 외국순방 재개도 계획하고 있어 경제재건을 위해서라면 대통령이 직접 「비즈니스맨」이 되는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문에 현재 페루에는 외국인 투자유치야말로 병든 페루를 고치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이와 함께 페루정부는 사유화정책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는데 한 경제각료는 『59년까지 국가가 소유한 모든 것을 시장가격으로 팔겠다』고 강조했다.
5년간의 대통령임기중 중반을 막 넘어선 후지모리 대통령이 계속 건재하는 한 페루에는 외국투자·사유화물결이 넘칠 전망이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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