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이용 치부 꼭 막아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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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축재비리 가운데 국민의 가장 큰 분노를 사고있는 것은 공직을 통해 지득한 정보를 개인의 치부수단으로 삼은 경우다. 어떤 의원은 행정청사가 들어서는 자리의 코 앞에 땅을 사두었는가 하면,또 어떤 의원은 고속도로 통과지역의 그린벨트를 재빨리 사들였고 또 다른 의원은 농공단지가 들어설 땅을 미리 매입해두었다가 엄청난 이득을 보기도 했다. 또 몇해뒤 지정이 해제된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사들였던 군 출신 의원도 있다.
본인들은 어떻게 변명할지 모르나 그 땅의 구입시기,당시의 직책,구입 후의 땅값 변동 등을 연관시켜 보면 공직을 이용한 치부행위였다는 혐의가 뚜렷해진다. 그렇다면 흔히 하는 말로 정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공직자는 법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스스로의 도덕적 판단에 의해 공직을 사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재산공개에서도 드러났듯 그것을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새정부는 이제부터 공직자들의 그런 부도덕한 행위를 규제하고 엄단할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드러난 사례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한 일이나 법과 제도에 구멍이 있다면 앞으로도 그런 비리는 얼마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고 봐야한다.
그 구체적 대책으로선 첫째,공무원 복무규정부터 보완,강화해야 한다. 재외공무원 복무규정에는 「외교비밀의 엄수」와 같은 기밀유지 의무가 규정되어 있으나 전체 공무원 규정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영업업무」의 금지규정은 있으나 이는 사리추구를 규제하려는데 있는게 아니라 공직수행에 영향을 주는걸 막기위한 것이다. 이는 형법에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이미 있기 때문이기도 하나 하위법에 그를 집행할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마땅하다.
또 공직자윤리법도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은 주로 재산의 등록·변동사항의 신고를 내용으로 하고있는데 그 공개의 의무화도 필요하거니와 공직시에 얻은 정보를 활용한 재산취득이나 증식을 막을 규정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테면 공직자의 재직때 계획 또는 결정했거나 관련된 개발지역의 취득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것 등이다.
또 나아가 행정정보 공개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행정업무가 비밀주의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공직자가 정보를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이 유리창처럼 공개된다면 감시도 쉬워지고 경쟁체제도 형성돼 특정 공직자만이 이득을 추구할 가능성은 그만큼 적어진다.
비리가 드러난 몇몇 특정인들을 비난하고 그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끝내버린다면 그것은 한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긴요한 것은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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