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반일어리광한다니…일, 과거청산 얼버무리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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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3월10일자 중앙일보 9면을 보니 일본 월간지 현대코리아 사토 가쓰미(좌등승기)주간이 일본 산케이신문이 발행하는 월간지 『정론』 4월호에 우리나라에 대한 특집기사「김영삼대통령의 시련」이란 글에서「반일의 어리광을 버려라」라는 제목아래 글을 썼다.
그 내용인즉 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한일간의 모든문제가 해결되었는데도 한국은 사죄와 배상을 계속 요구할 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의 일방적 노력을 요구한다며 김대통령은 국가간 조약인 한일기본조약을 직시하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인들은 낮에는 반일, 방에는 친일을 하고 있으며 냉전시대에 일본은 한국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공산주의라는 공동의 적이 있어 할말을 다하지 못했으나 냉전시대가 끝난 지금 한국은 동맹국이 아니라 수많은 외국중 한 나라에 불과하며 정치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매력이 없는 나라가 됐는데 한국은 이같은 변화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다. 이러한 생각은 1억2천만명이나 되는 일본인중 제발 사토주간 혼자만의 착각이기를 바란다. 차제에 일본인들에게 오늘에 사는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과거사의 잘못을 청산하라고 간곡치 권하고 싶다.
일본인들이 꼭해야 할 일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과거사를 청산하는 일이다.
첫째, 1895년10월8일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진상과 연루자들의 처리내용 및 그후 그들의 행적을 소상히 밝치고 살인행위에 대해 솔직히 사죄해야 한다.
둘째, 일본이 1905년 한국의 주권을 강탈한 후 1945년8월15일 종전때까지 저지른 죄악상에 대해 온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솔직히 사죄해야 한다.
셋째, 1905년11월17일 을사조약과 1910년8월29일 한일합방은 대한제국 황제의 수결도 없이 일본이 일방적으로 허위 날조, 강제체결한 것이므로 이것은 국제법상무효임을 선언해야 한다.
넷째, 제암리 사건등 각종학살사건의 진상을 공개하고 유가족들에게 정중한 사과와 함께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다섯째, 전후처리 완결문제다. 일본이 징병·징용등 각종 명목을 붙여 강제 연행해간 사람들의 명단을 비롯해 혹사시키고 회생시킨 진상을 조사, 공개해야 한다.
여섯째, 20여만명의 종군위안부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일곱째, 일본이 종전후 중국과 러시아령(특히 사할린)에 버려둔 징용자들에 대한 피해배상은 물론 생존자들의 영주귀국에 앞장서야 한다.
이렇게 일본은 한민족에 청산해야 할 과거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65년 한일의 정서를 내세워「한국은 반일어리광을 버려라」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하기 전에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침략청산과전후처리부터 완결해 인류공영과 세계평화유지에 대한 일븐의 의지를 믿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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