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에 가린 생활체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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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8월 9일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한 황영조의 마라톤제패는 우리국민들에게 여전히 감동적인 드라마로 각인 되어 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7위를 차지, 당당치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한국인의 자긍심과 한국의 치솟는 위상-.
엘리트스포츠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냉전시대만 해도 엘리트스포츠는 바로 국력을 저울질하는 지표였다.
스포츠는 내치와 외교 등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수단이 되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3∼5공화국의 권위적인 정권시절, 프로복싱을 중흥시키고 프로야구·프로축구를 발족시켜 스포츠를 국민의 불만을 해소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고 스포츠를 앞세워 공산권을 넘나들며 외교를 대신 하기도 했다.
그같은 엘리트스포츠정책의 집대성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서울올림픽은 세계에 한국을 재인식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4년 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한국은 또 다시 체육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금메달 수=국력」이라는 착오는 선진국과 한국의 생활체육비교에서 여실히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체육은 엘리트체육만 추구한 나머지 생활체육의 빈곤으로 불균형이 심화, 빈혈을 앓고 있는 것이다.
생활체육은 국민건강의 차원에서도 시급히 서둘러야 되는 시점에 와있다.
산업화·도시화 등으로 인한 운동부족으로 국민의 질병률이 나날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질병 이환율은 지난 83년 7.6%, 86년 12.5%, 89년 16.6%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에 따라 운동 등으로 국민건강을 증진할 경우 매년 25%의 성인병을 감소시켜 의료비 7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생활체육에 가장 성공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오래 전 산업사회가 안고 있는 건강의 위기와 인간성 상실을 회복하기 위해 생활체육운동을 전개했다. 시설 확충에 역점을 둔 이른바 「황금계획」이다.
지난 60년부터 이 계획을 추진한 결과 운동장 4만2천개, 체육관 2만7천개, 수영장 3천5백개, 테니스장 3만5천개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또 일본은 지난 65년 범 국민체력육성 전국평의회를 발족시켜 생활체육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운동장 8천8백78개, 체육관 5천5백87개, 수영장 5천1백60개소를 마련했다(체육청소년부조사).
올림픽에서 독일을 추격하고 일본을 따라잡은 한국의 체육시설은 어떤가. 운동장 7백4개, 체육관 1백39개, 수영장 2백18개가 고작으로 체육강국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생활체육인구도 유럽선진국의 경우 프랑스는 전국민의 73.7%, 네덜란드는 75%가 생활체육을 즐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15세 이상 국민의 34.7%가 주 2∼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90년부터 시설확충에 초점을 둔 「호돌이 계획」에 착수하고 있으나 재원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이제 정부·국민은 바야흐로 복지사회를 맞아 엘리트체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즐기며 건강을 다지는 생활체육에 힘을 집중할 때다. <방원석 기자>
1. 경기장 무질서
2. 체육연금 과다
3. 병역기피 현상
4. 특기자 제도
5. 황금만능주의
6. 엘리트체육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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