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내다보니 “너무 쉽게 됐다”/후기대 입시 「난이도」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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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실수 한두개로 당락 판가름”/일부서 출제방식 개선요구
각 대학 입시사정 결과 올해 전기대 학력고사가 지나치게 쉬운 출제로 인해 지난해 이상으로 변별력을 상실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내년 1월29일 실시될 후기대 학력고사의 출제형태 및 난이도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부·국립교육평가원은 전기대 출제방식대로 밀고 나간다는 방침인 반면 일선 고교 및 학원가는 「실력」보다 「실수 덜하기」로 당락을 가르는 현 출제방식엔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변별력 상실=전기대 입시사정 결과 상위권 대학에서부터 중하위권 대학에 이르기까지 득점인플레 현상이 빚어져 합격자 평균점수 및 각 학과 합격선이 학력고사 사상 가장 쉬웠다는 지난해보다 15점 안팎으로 치솟았다.
동국대 기계공학과의 경우 합격선이 지난해보다 47점,가톨릭대 간호학과의 경우 44점 높아졌는가 하면 3백점 이상 득점자가 연세대(4천4백57명) 고려대(3천6백70명) 등 상위권 대학은 80% 안팎이고 중위권 대학도 합격자 정원의 30%를 넘었다.
이같은 추세로 나간다면 전국의 3백점 이상 득점자는 지난해 1만2천명을 훨씬 넘어 3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득점인플레 현상은 상위권대학 수석합격자 점수가 한결같이 3백35점 내외,중하위권대학 수석합격자 점수가 3백25점 내외에 머무르는 등 상위권대학과 중하위권 대학의 점수차를 크게 좁히는 한편 상위권대학 인기학과의 경우 수석합격자 점수와 합격선에 걸린 점수차이가 불과 10점 정도 밖에 안되는 등의 기현상을 낳았다. 이는 좁은 점수대에 많은 학생이 몰려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학력고사가 「실력에 따라 순위를 가리는」시험으로서의 변별력을 잃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2개 실수로 당락이 좌우되는가 하면 동점자가 속출,실력외적 요인에 의해 당락이 갈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
◇후기대 출제 논란=일선 고교 및 학원가는 이같은 현상이 평가원의 난이도 조정실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마지막 남은 후기대 출제에서라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종로학원 정경진원장은 『시험으로서의 기능을 갖기 위해선 쉽고 어려운 문제가 일정비율에 따라 안배되어야 하는데 이번 학력고사는 1∼2개 극히 어려운 문제를 제외하곤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문제로 일관,수험생의 우열을 가리는데 실패했다』며 『앞으로 시행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신뢰도 제고 및 변별력 확보를 위해 후기대 출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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