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 3당 모두 “성공” 자평/걱정했던 「시험」 각당의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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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실수없이 소신있게 답변… 친근감 줬다” 민자/“TV방송 됐더라면 백만표짜리” 흡족 민주/“YS 실­DJ 평년작­CY는 득” 주장 국민
민자·민주·국민당 대통령후보들은 「유세 30번에 맞먹는 중요한 행사」라는 부담속에 관훈클럽토론회 「시험」을 끝내고 각기 손익계산을 따지고 있다.
○“정 후보 자기위장”
○…민자당은 김영삼후보가 「관훈시험대」를 무난히 넘겨 안도하면서도 『정주영후보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나지 않고 덮여 지나가버렸다』고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양김은 그동안 여러차례 벗겨져 드러날대로 드러난 만큼 이번엔 정 후보가 반드시 발가 벗겨지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자당은 우선 김영삼후보는 우려했던 실수를 하지않은 것만으로도 점수를 땄다고 보고 있다. 표현능력·말솜씨에서 김대중후보만큼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실수않고 『소신에 찬 솔직한 답변』(김영구사무총장) 『눈에 띄게 늘어난 전문지식』(최병렬기획위원장)으로 평가된 것은 상당히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특히 노태우대통령과 엮어졌던 대권승강이,경선지원 문제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친근감을 주었다고 당선거전략팀은 분석했다.
민자당은 김대중후보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대중후보가 사실과 어울리지 않는 지나친 자기과시(박관용 홍보대책위원장)를 여러군데서 드러냈지만 토론회를 자기해명 기회로 활용한 것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민자당은 정주영후보 답변에 대해선 『두꺼운 얼굴위로 거짓말과 자기위장이 난무했던 코미디』(이원종부대변인)라는 등 강도높게 비판하는 분위기.
홍보대책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현대의 선거지원,정경유착·탈세,복잡한 여자관계 등 세상이 다 알만한 일에 대해서도 정 후보는 뻔뻔스런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혹평하고 있다.
○“YS는 동문서답”
○…민주당은 2일 김대중후보의 토론결과에 대해 『매우 성공적』이라고 자평,여세를 몰아 3자 TV토론의 수용을 김영삼후보에게 강력 촉구해 성과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고 있다.
김 후보는 토론회 직후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 많았으나 유익한 토론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후보가 전국연합과의 정책연합,간첩단사건 등 껄끄러운 현안에 대한 집중추궁을 정공법으로 받아쳐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타당의 공세를 묽게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게 당내의 평가다.
민주당측은 특히 전국연합과의 정책연대에 대한 노선상의 문제제기에 대해 『김일성의 지지 표명은 낙선보증서』라는 등의 답변이 김 후보 특유의 순발력을 돋보이게 한 것일뿐 아니라 민자당의 「사상성」 시비공세를 무디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간첩단·재야와의 연대 등에 대한 껄그러운 질문과 김 후보의 일부 답변이 상대측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김일성이 일제와 싸운 것은 사실이니 그 부분은 평가한다』는 김 후보의 답변이 『국민을 노예로 삼는 논평의 가치조차 없는 인물』이라는 답변 진의와 맞지않아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박지원부대변인은 『후보에 따라 질문의 난이도가 달랐다』고 불만을 토로해 김영삼후보의 선전을 간접 평가했으나 전반적으로 김영삼후보에 대해 『핵심을 비켜가는 기술이 돋보였다』『동문서답』이라고 깎아내렸다.
민주당은 그러면서도 「기대」했던 큰 실수가 없었던 것을 놓고 김영삼후보의 실패작으로는 보지않는 경향.
정주영후보에 대해선 헐뜯기를 삼간채 『국정을 맡기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준비가 덜 되어있다는 인상』(홍사덕대변인)이라고 중간정도 평점.
민주당은 『TV방송이 됐더라면 1백만표를 더 얻었을 것』이라며 TV로 중계되지 않은데 유감을 표명.
○당내선 찬양 일색
○…국민당은 정주영후보의 관훈토론을 「자신감에서 나온 대성공」이라고 평가하며,덩달아 자신감이 불어난듯한 분위기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조마조마했는데 다른 어느때보다 잘했다』고 찬양 일색이다. 『다른 때보다 낫다』는 평가는 두가지 근거. 첫째는 정 후보가 불쑥날쑥 던지는 얘기가 워낙 준비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실언도 잦은 편인데 이날은 실언성 발언이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답변과정에서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확신」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후보는 곤란한 질문에 솔직히 털어놓든가,아니면 눈 딱감고 질문자를 역공했다.
국민당 관계자들은 정 후보가 자녀에 이복이 많다고 시인한 점,현대상선의 몽헌씨를 석방시키기 위해 노태우대통령을 몰래 만났다고 한 점,핵심을 피하고 농담으로 얼버무린 스타일 등이 진지성을 훼손하거나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에도 국민당은 결론적으로 『김영삼후보는 잃은 편이고,정 후보는 얻은 편이며,김대중후보는 고만고만』이라고 손익을 평가한다. 김정남총무는 『김영삼후보는 준비를 많이 했지만 자연스럽지 못했고,정 후보는 솔직·투박하면서도 여유가 있었고,김대중후보는 워낙 말을 잘하는 평소 모습 그대로』라고 계산. 측근인 이병규특보는 『가족관계의 문제점은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을 솔직히 인정함으로써 정직한 이미지를 보였다』고 주장했다.<김진·오병상·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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