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피고 폭로·검찰발표 “큰차”/「연기 관권선거」 오늘 첫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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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도단위이상 조직적 개입」 규명 초점 변호인단/“3백여명조사 법적 잘못없다” 느긋 검찰
대통령선거를 한달 남짓 앞둔 가운데 관권 부정선거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전연기군수 한준수피고인과 전민자당지구당위원장 임재길피고인 및 불구속기소된 전충남도지사 이종국피고인에 대한 첫 공판이 16일 오후 열렸다.
이번 공판은 관권 부정선거에 대한 한 피고인의 폭로내용과 검찰 수사발표가 상당부분 달라 대립된 양측 주장을 둘러싸고 한 피고인의 변호인측과 검찰측의 법정공방이 어느때보다 치열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재판은 시기적으로 대선 선거운동과 맞물려 한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민주당과 국민당은 14대총선이 전국적인 관권선거였음을 부각시킴으로써 대선에서의 관권개입 가능성에 쐐기를 박는 한편 현정권과 뿌리를 같이한 민자당에 일대 타격을 가할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장기욱·이상수의원 등 60여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이 도단위 이상이 개입된 조직적인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데 재판의 승패를 걸고 있다.
즉 거대한 행정조직의 일개 톱니바퀴에 불과한 한 피고인으로서는 어쩔수 없이 부정선거에 가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무죄 또는 가벼운 형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변호인측이 집중적으로 거론할 또다른 부분은 한 피고인과 다른 두 피고인의 형평성 문제.
부정선거와 관련,도지사였던 이 피고인이 불구속인데 반해 군수였던 한 피고인이 구속됐다는 것은 형평에 크게 어긋나 한 피고인도 즉각 보석으로 석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측은 또 ▲관계기관 대책회의 실체 ▲선거자금으로 뿌려진 대아건설 발행 수표의 유통경로 ▲충남도에서 작성된 「선거지침서」 내용 등도 조직적인 관권선거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방증으로 보고 전충남도 지방과장 김영중씨와 안기부 충남지부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한편 이미 90%이상이 회수된 수표에 대한 검증신청을 낼 예정이다.
검찰측은 『이번 수사결과가 모두 3백여명을 조사한 끝에 나온 것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처리도 법률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표면적으로는 태연한 모습.
그러나 검찰은 이번 공판이 야당에 의한 정치선전장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아 상당히 부담스러운 눈치다.
만약 변호인측의 요청대로 모든 대아건설 수표에 대한 서증조사가 실시돼 수표이면에서 공무원의 이름이 발견되거나 관련자들의 진술에서 새로운 사실이 튀어나온다면 사건의 전체구도가 뒤바뀔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이다.<대전=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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