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한국 기업 영문 홈페이지 너무 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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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 기업들의 영문 홈페이지를 보면 너무 상투적입니다. 최고경영자(CEO) 사진과 CEO 메시지, 틀에 박힌 비전을 죽 나열하고 있더군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고객은 가려서 듣습니다(filter out). 소비자가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 면밀히 따져 콘텐트를 배치해야 합니다."

글로벌 홍보회사인 버슨-마스텔러의 빌 라일런스(사진) 아.태 지역 회장은 기자와 만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게 기업 홍보가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디지털 환경에 어울리는 홍보는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듯'하는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랑하고픈 것만 내세우지 말고, 더 겸손하고 투명하게 홍보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국제 홍보와 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의 의뢰로 국가신인도 제고 프로그램을 수행한 바 있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해외홍보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부 답변은 배석자가 대신했다.

-한국 기업의 영문 웹사이트는 뭐가 문제인가.

"한 대기업은 국문 웹사이트 디자인과 구성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한국 내에서는 지명도가 있을지 모르지만 해외에서는 생소한 기업이라는 점을 잊은 것이다. 해당 기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방문하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외국인들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CEO 메시지나 회사 슬로건을 너무 전진 배치했고 공간도 너무 많이 차지했다."

-그래픽도 괜찮고 동영상 자료를 담은 홈페이지도 많은데.

"해외에서 접속할 때 지역에 따라 인터넷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는 접속 지역에 따라 레이아웃 자체를 바꿀 수 있게 했다. 속도가 낮은 곳에선 텍스트 위주로 보면 된다. GM.BP 같은 글로벌 기업은 정보 내용이 충실하다. GM은 부회장이 직접 블로그를 통해 기업 정보를 제공한다."

-GM 부회장이 직접 글을 쓰나.

"그렇다. 그 점이 한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한국의 CEO 메시지는 직원들이 작성해 주는 경우가 많다는 뜻.). 고객은 현명하다. 일방적인 PR이나 광고를 금세 구별한다."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게 PR 아닌가.

"그런 메시지 통제(control) 방식의 PR 개념은 완전히 사라졌다(dead). 불리한 정보도 어떻게든 새 나가게 마련이다. 불리한 사실을 통제하려들지 말고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알려 회사에 대한 악영향을 줄이는데 힘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김승연 한화 회장 사건을 어떻게 보나.

"세입자가 건물주 얘기를 하기는 곤란하다.(버슨-마스텔러는 한화 사옥에 입주해 있다.)

-밖에서 보면 '한국 주식회사'는 무엇이 문제인가.

"아직도 조직 문화가 너무 딱딱하고 직위(hierarchy) 중심이다. 오너 회장이나 대표이사한테 회사의 문제점을 직접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도전은 조직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시작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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