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은 역사의 흐름”/알랭 드코 불 학술원 종신회원(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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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난제 많지만 「유러토피아」 꼭 올 것
『최근 덴마크와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유럽통합을 위한 마스트리히트조약이 부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유럽합중국의 탄생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입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국립학술원) 종신회원이며 장관을 역임한 프랑스의 원로사학자 알랭 드코(67)는 「유러토피아」(유럽+유토피아)의 그날이 꼭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불문학과 초청으로 「불어권의 내일」에 대한 강연차 19일 방한한 드코는 1851년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예언한 「미국과 같은 합중국의 유럽」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으며 이는 역사의 발전이라고 덧붙였다.
『불과 1∼2세기 전까지도 세계어라는 영광을 누렸던 프랑스어가 이제 영어에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으나 아직도 전세계 47개국 4억5천여만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88년부터 91년까지 미셀 로카르 당시 총리 밑에서 벨기에 등 프랑스어권과의 협력관계를 담당하는 장관을 역임하며 프랑스어 보급에 앞장서온 드코는 프랑스어가 「쇠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야기 박사」라는 애칭이 말해주듯 TV와 라디오의 고정진행자로 출연,역사를 대중속에 숨쉬게 하며 「방송역사」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26세 때인 51년부터 공영라디오방송국에서 『역사논단』이란 프로그램을 맡아 매주 토요일 장관 재임기간을 포함해 지금까지 45년째 진행해오고 있으며 프랑스 최고의 교양프로그램으로 꼽혔던 『역사탐구』라는 TV프로그램도 10년간 진행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민간방송의 시청률을 웃도는 프로는 『역사논단』이 유일하다며 주제별 역사에 대해 사학자들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자신의 프로에 등장하지 않은 사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5년 프랑스 릴르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법학과 역사를 전공한 그는 22세때 첫 책을 펴낸뒤 지금까지 『프랑스와 프랑스인의 역사』 등 30여권의 역사책과 희곡을 저술하는 등 다재다능한 경력을 갖고있다.
79년 아카데미 프랑세즈회원이 된 그는 지난 5월 『붉은 카핏』이라는 자신의 경험을 엮은 자서전을 출간해 12만권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말했다.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이번 이 첫 한국방문인 드코는 「한국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으며 일본에 의해 한때 침략당한 슬픈 역사를 가진 나라」 정도로만 알고있었으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좀더 친근해지고 싶다고 소감을 피력했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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