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통령후보 퀘일­고어 TV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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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상대 대통령후보 공격 “대리전”/“클린턴은 못믿을 인물”부각 총력 퀘일/부시의 경제실정 비판으로 일관 고어
미국 대통령선거의 두번째 TV토론인 지난 13일의 댄 퀘일 현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부통령후보간의 대결은 지난 32년간의 정,부통령후보간 TV토론중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 당의 부통령후보는 서로를 공격하는데보다 상대방 대통령후보를 공격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대리전 성격의 토론을 가졌다.
퀘일부통령은 『클린턴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며 공격했고 고어후보는 『부시는 야비한 선거운동을 한다』고 맞비난했다.
두 후보간의 열띤 공방으로 페로측 부통령후보인 제임스 스탁데일 전해군제독은 토론에서 제외되다시피 되어 『두 후보의 아버지뻘인 스탁데일이 심판을 보았다』는 평을 들었다.
토론후 NBC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어후보는 50%,퀘일은 32%,스탁데일후보는 7% 순으로 잘했다는 점수를 받았다.
이 토론에서의 두 후보 활약을 보고 클린턴­고어 티킷이 부시­퀘일 티킷보다 좋다고 느끼는 시청자가 훨씬 많았으며 스탁데일후보의 경우는 페로의 인기를 오히려 깎은 결과가 됐다고 응답했다.
부통령후보간의 대결도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이 승리한 것으로 되어있으나 퀘일이 의외로 선전해 클린턴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공화당의 전략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퀘일은 지난 88년 선거당시 민주당후보인 벤슨 상원의원과의 TV토론대결에서 참패,웃음거리가 된적이 있어 이번 선거에서도 그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클린턴의 신뢰성을 물고 늘어짐으로써 미국시청자들에게 클린턴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갖게 했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전략가들은 『퀘일이 단 한시간동안에 지난 한달동안 부시가 한 선거운동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면서 퀘일이 공화당 선거운동의 돌파구를 열어주었다고 극찬하고 있다.
퀘일은 『여러분들은 클린턴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습니까. 당신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클린턴을 정말 믿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도전으로 마지막 매듭을 지었다.
반면 고어는 부시행정부의 경제실책을 시종일관 비판하며 『소진해가는 미국경제의 마지막 물방울까지 말라가는 겻을 보고있겠느냐』면서 변화를 촉구했다.
퀘일이 시종 공격적인데 반해 고어는 자신이 준비한대로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대도를 걸었는데 그런 점 때문에 예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부통령후보간의 토론이 대통령선거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는 매우 좁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88년의 경우 공화당의 퀘일이 민주당의 벤슨에게 토론에서 참패했는데도 당시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대통령후보의 지지를 끌어올리는데 별 역할을 하지 못한 것처럼 이번 부통령후보간의 토론도 대세를 변화시키는데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점에서 공화당은 두번째 토론에서도 클린턴의 우위를 꺾지 못해 선거는 클린턴 대세로 흘러가고 있다.
다만 퀘일이 물고늘어졌던 클린턴후보 개인의 신뢰성 문제를 미국국민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는데서 공화당은 위안을 삼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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