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25세 여성 변호사 류혜진씨 억류 인도네시아인 미 망명 성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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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인권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20대 한인 여성 변호사가 종교탄압과 성매매에 시달리던 인도네시아 여성의 미국 망명을 성공시켜 화제다. 주인공은 세계적 법률회사인 '리드 스미스'에 근무하는 류혜진(26.미국명 미셸 류.사진)씨.

류씨는 지난해 6월 비영리 법률기관 '퍼블릭 카운슬'로부터 인도네시아 여성 Y(25.사진)씨가 이민국에 억류돼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자진해 변호를 맡았다.

이 여성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정폭력 피해와 성매매를 강요당했으며 이슬람교도라는 이유 만으로 지방정부로부터 종교탄압까지 받았다. 그녀는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망명을 결심하고 로스앤젤레스를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비자를 비롯한 입국서류들이 위조임이 드러나 공항에서 체포됐다. 게다가 영어까지 서툴러 망명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추방을 기다리던 Y씨에게 류 씨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신참 변호사였던 류씨는 이 여성을 돕기위해 이민법, 형사법 등을 꼼꼼히 챙겨본 뒤 망명신청을 준비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진 않았다.

"어느 토요일 저녁 우연히 사무실에 들렀는데 이 여성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추방이 결정돼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는 거에요. 곧바로 공항으로 달려가 상황을 설명하고 겨우 구해낼 수 있었죠. 정말 운도 많이 따랐어요. 평소 주말엔 사무실에 안가거든요."

그 뒤로 망명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이 여성은 현재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획득했다. 영주권을 신청한 것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에 두고온 3살짜리 아들도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됐다. 류 씨는 '이민자의 권익'을 대변한 공로로 지난달 14일 '퍼블릭 카운슬'로부터 공로패도 받았다.

류동묵(55),민희(53)씨 부부의 장녀인 그녀는 UC샌디에이고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2005년 UC버클리 로스쿨을 졸업했다.

LA지사=신승우 기자(gowest@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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