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 제구력 잃자 "제심력〃도 와르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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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투수의 생명은 볼 컨트롤에 있다.
또 이같은 제구력을 갖추기 위해선 위기에서 흔들림이 없는 마인드 컨트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동원 선동열 등이 슈퍼스타인 것은 자질도 뛰어나지만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빙그레가 롯데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초반에 허무하게 무너진 것은 철벽같이 믿었던 좌완 에이스 송진우 난조에서 비롯됐다.
송은 1회전 롯데 선두타자 한영준을 4구로 내보낸데 이어 2번 조성옥의 빗맞은 번트타구를 어설프게 처리, 판정 번복을 부른 끝에 진루시켜주면서 동요하기 시작했다.
볼 컨트롤이 여의치 않자 송은 롯데 4번 김민호를 상대로 투스트라이크 노볼로 유리하게 몰고 갔으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 유인구를 던지지 못하고 어설프게 바깥쪽으로 던지다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고 대세를 그르친 것이다.
송은 3회 초에도 한영준을 4구로 내보낸 뒤 김민호에게 중견수 희생플레이로 또 1점을 빼앗기자 페이스를 잃고 연속4구를 내주며 급기야 마운드를 장정순에게 넘겨주었다.
이날 송은 강판 당하기 전까지 15명의 타자를 상대로 모두 68개의 공을 던져 타자 당 4.5개의 많은 투구 수를 기록하며 스트라이크 23개, 파울볼13개, 볼32개의 투구내용을 보였다.
또 송은 4구를 무려 4개나 허용,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선수들은 투수들이 안타를 얻어맞을 때 보다 4구로 내보낼 때 시쳇말로『김샌다』는 표현으로 아쉬움을 나타낸다.
송은 이날 올 시즌 구원승과 다승부문 타이틀을 석권한 명성에 걸맞지 않는 투구를 보여 주었다.
송은 지난해 한·일 슈퍼게임이후 다양한 변화구 및 20∼40㎞의 차이를 보이는 체인지업 등 선진야구기술에 눈을 떴으나 이날 볼 컨트롤 난조로 패전투수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한국최고의 좌완투수인 송이 대투수의 길을 걷기 위해선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할 것이다.【장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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