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Winning Golf <4> 한 번의 ‘오기’가 골프를 망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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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17면

‘질러갈 것인가, 끊어 갈 것인가.’
항상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것이 골프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어떤 클럽을 뽑아들어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장애물을 질러 칠 것인지, 피해서 끊어 칠 것인지. 그러나 매번 선택에는 공격적인 심리가 작용한다. 그래서 ‘안전’보다
‘도전’으로 결론 내리기 일쑤다. 결과는 십중팔구 혹독한 시련으로 이어진다.

“아뿔싸! 돌아갔어야 해….”
놓친 물고기가 커 보인다고 했던가. 미스한 샷은 유독 가슴 한구석에 크게 자리 잡는다. 빨리 잊고 평정심을 되찾아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을 보면 참 ‘여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안전제일주의’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박진감은 떨어져도 다음 샷을 할 지점을 잘 골라 공략하기 때문에 실수가 적다.

싱글 골퍼나 프로들은 맨 처음 샷보다는 다음 샷을 어디서 할지를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을 것 같으면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흔히 ‘위험한 장사가 이윤이 많이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샷의 성공 확률이 높을 때 얘기다. 도전이라는 그럴듯한 유혹에 쉽게 빠질 때는 라이벌 관계의 동반자와 함께 플레이할 때다. 여기에 상황 한 가지를 덧붙이면 내기골프로 지갑이 점점 더 가벼워져 갈 때다.

‘자존심’과 ‘본전 생각’이 맞물리면 그 도전은 이제 이판사판으로 치닫는다. 그 유혹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고 급기야 ‘오기’가 발동한다. 도전의 유혹은 다르게 표현하면 경쟁관계의 산물이다.

예를 들어 고스톱을 치다가 4만~5만원 정도 잃으면 대개 ‘운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골프를 치다가 1만~2만원을 잃으면 상대보다 기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고스톱은 ‘오늘 얼마 잃었다’로 끝나지만 골프는 ‘오늘 얼마 잃었다’에 ‘내가 졌다’는 ‘패자의 자의식’이 더해진다. 이런 ‘멘탈’이 지배하는 골프는 리듬과 템포 대신 ‘우격다짐’이 앞장서게 마련이다.

자,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렉 홀에서 티샷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오른쪽으로 조금만 삐끗해도 OB가 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스코어도 나쁘고 돈도 잃은 골퍼는 질러 치려 든다. “내 드라이브샷은 최소한 250야드는 날아간다”는 자기 최면에 빠지면 ‘우회’라는 전략 자체를 잊게 된다. 곧장 넘겨야 한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팔에는 힘줄이 곤두선다. 결과는… 잘 알고 계시리라.

진심으로 권한다. 티샷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라. ‘누군가 내 실수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면 정신이 확 들 것이다. 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다음 클럽을 바꾸어 잡을 수 있는 ‘진짜 용기’가 필요한 순간임을 알게 될 것이다.

80타대 중반 골퍼들이 실수를 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 어떻게든 버디 하나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덤벼들기 때문이다. 싱글 골퍼들은 대개 ‘오늘도 어떻게든 보기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클럽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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