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탈당」 증시에도 일파만파/“정국불안” 예상 투자심리 급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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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중 실세금리도 오름세 반전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과 중립내각구성이란 장외변수가 증권시장을 혼미에 빠뜨리고 있다.
21일 주식시장은 오후들어 중립내각쇼크로 인한 민자당 내부의 분열양상으로 정국이 불안해지고 국정운용이 혼란을 빚을 것이란 비관론이 퍼지면서 지수가 19포인트나 폭락했다.
22일에도 주가는 내려 지수 5백20선이 무너졌다. 중순이후 꾸준히 내려 은행권의 당좌대출금리인하까지 몰고왔던 시중실세금리도 내림세를 멈추고 소폭 오름세로 바뀌었다.
○…올들어 고비때마다 정치권에서 터진 돌발 악재때문에 곤욕을 치러온 주식시장은 이번 쇼크로 8·24증시대책이후 되살아나는듯 했던 투자심리가 다시 얼어붙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주말만 해도 증시에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을 충남 연기군 선거 부정사건으로 꼬인 정국경색의 매듭을 풀 수 있는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1일 들어 민자당소속 일부 광역의회 의원들이 탈당을 발표하고 당내의 여러가지 잡음이 들려오자 분위기가 돌변했다.
게다가 중립내각 구성에 따라 당정간 협력체제가 깨지고 정책운용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8·24대책만 보더라도 당의 강력한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 이뤄졌으며 일부 무리인줄 알면서도 밀어붙인 것은 선거를 앞둔 집권여당의 부담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중립내각이 들어선다면 억지로 증시를 부양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추진력이 느슨해질테고 순매수 우위를 지시받은 기관도 힘들게 주식을 살 까닭이 없다는 논리가 우세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정국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며 결코 주가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란 전망도 많다.
오히려 중립내각이 국정을 보다 합리적이고 일관성있게 운용할 수 있다는 논거에서다. 따라서 21일의 폭락사태는 불확실하면 일단 팔고보자는 투자속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투자자들은 좀더 멀리보고 신중한 판단을 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다.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지난주에 0.85%포인트나 낮아질 정도로 최근의 실세금리는 두드러진 내림세를 보였다.
시중의 자금사정이 여유가 있고 당국의 금리하향 안정화 의지로 앞으로도 금리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21일의 채권수익률 오름세가 전적으로 정치권 불안에 있는 것은 아니며 그동안의 급락을 경계하는 바꿔치기 매물이 나오는 등 조정국면이 예상되던 터였다.
그러나 그동안 당국이 투신사 등 기관에 적극적으로 사게 함으로써 채권수익률을 떨어뜨리기도 했는데 과연 앞으로 이런 일이 잘될 것인지와 당국의 금리안정화 의지가 약해지면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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