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공급 여력많아 자금 “넉넉”/추석전후 자금사정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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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설비투자 감소·물가안정도 한몫/실세금리 연 16%선서 유지될듯
추석을 앞두고 현금 2조원 등 3조원 정도의 총통화가 공급되리란 예상아래 돈이 풀려 나가면서 시중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실세금리도 3년만기 은행보증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이 연 16%선에서 조정을 받고 있는데,당분간 이같은 안정추세가 이어지리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회사채수익률로 대표되는 실세금리는 추석을 전후해 계절적 요인에 따른 작용도 크게 받는다. 통상 추석 10일전부터 풀리기 시작하는 추석자금은 다시 금융기관에 들어오는데 한달정도 걸린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추석이 지나자마자 곧바로 은행을 상대로 강력한 통화환수에 들어감에 따라 시중의 자금사정과 무관하게 금융기관은 일시적으로 사정이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추석을 전후한 기간에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채권을 사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팔려고 들며 기존 대출금도 일부 회수하려 든다.
이같은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추석을 전후한 시기의 채권수익률은 오르게 돼있다. 지난해의 경우 추석이 9월22일이었는데,9월말과 10월초의 회사채수익률이 연 20%로 높았다.
그러나 올해의 추석전후 시중 자금사정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괜찮으리란 전망이다. 작년 9월의 총통화증가율이 18.8%로 높았기 때문에 올 9월 총통화증가율을 18.5%로 잡을 경우 총통화공급 규모가 2조6천억원 규모로 올들어서 월별로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성장둔화에 따른 기업의 설비투자감소와 물가안정으로 자금에 대한 가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8월의 상대적인 통화신축운용에 이어 곧바로 9월초 추석으로 돈이 풀리고 있는 것도 또다른 이유다. 8·24증시대책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타면서 고객예탁금이 5천억원정도 늘어나 증권사의 자금사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따라서 그동안 주가하락과 함께 자금난이 겹쳐 콜자금 등 급한 자금을 끌어썼던 증권사가 그러지 않아도 됨으로써 전체 자금시장에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게 된다. 이같이 자금사정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지만,올해는 채권수익률이 오를 특수한 요인이 있다. 8·24 증시대책으로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판 것보다 사들인게 많도록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그동안 주된 채권매수세력으로 수익률하락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은행신탁계정 등 채권매입자금이 주식매입으로 돌려져 줄어들기 때문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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