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이 유대인 단체에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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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금융계의 황제인 조지 소로스(사진.76.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는 유대인이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956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런 그가 유대인 단체로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로비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에 도전장을 냈다. AIPAC의 보수 성향과 친(親)이스라엘 노선을 견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10만 회원을 자랑하는 AIPAC은 이라크전을 지지하며, 이라크전을 주도한 네오콘(힘의 간섭외교를 주장하는 신보수주의자)과 손발이 잘 맞는 단체다.

소로스는 지난달 AIPAC에 대해 "네오콘과 손잡고 중동평화를 방해하는 조직"이라고 맹비난했다. "(네오콘의 거물로, 지난해 12월 유엔 대사직에서 물러난) 존 볼턴이 2005년 유엔대사가 된 것은 AIPAC의 로비 때문"이라는 말도 했다.

소로스는 친 AIPAC 조직인 '데일리 얼러트'에 맞서 네오콘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10만여 명의 오피니언 리더에게 매일 중동 관련 주요 소식을 보내면서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데일리 얼러트'와 다른 시각의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진보성향의 단체로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측과 가까운 '미국 진보를 위한 센터(CAP)'를 정보 유통 창구로 선택했다. 그리고 7일부터 '중동 소식'이란 이름의 편지를 주 3회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보내고 있다.

소로스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억압적인 점령정책을 포기하고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와 협상해야 한다"며 "중동평화를 위해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양보를 하라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의 힘 만으론 중동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유럽판 외교협회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전했다.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외교협회에 버금가는 조직을 창설, 미국과는 다른 외교 해법을 제시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2004년 대선 때 "부시 대통령을 떨어뜨리겠다"며 2700만 달러를 쓴 좌파 인사로, 민주당에서 힐러리와 경쟁하는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다. 소로스는 유럽판 외교협회 창설의사를 밝히면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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