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법원인데요" 줄지 않는 사기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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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법원입니다. ○월○일 법원에 안 나오셔서 2차 출석을 통보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9번을 누르세요."

이 같은 전화를 받은 회사원 K씨(35)는 9번을 누르고 대법원 직원이라는 사람과 통화를 했다. 하지만 그는 K씨에게 이름.주민등록번호.은행 계좌번호.통장 잔액 등 엉뚱한 것만 물었다. K씨가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캐묻자 전화가 끊어졌다. 법원의 출석 요구도, 직원도 모두 가짜였다.

법원.검찰 직원 등을 사칭해 개인 정보를 캐내려는 사기 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원.검찰에 따르면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는 항의가 전체 민원 전화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는 하루 100여 통 이상의 문의 전화가 걸려 온다고 한다. 대법원은 20일 "법원은 전화상으로 개인 정보를 묻는 일이 없다"며 주의가 필요하다는 보도 자료까지 냈다. 대법원 측은 "이 같은 전화는 개인 정보를 빼내 범죄에 이용하려는 사기"라고 밝혔다.

검찰은 "검찰 사칭 전화를 받으면 범행 수법이나 발신 번호를 메모한 뒤 전국 검찰청 신고 전화(1301)로 연락해 달라"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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