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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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포장마차라면 본래 18세기께부터 미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사각형 대형마차를 일컫는다. 철도가 보급된 19세기 후반까지 역마차와 함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됐는데,특히 초기의 서부개척자들에게 포장마차는 생명과도 같이 소중한 것이었다. 그 포장마차의 모습은 미국의 서부영화를 통해 우리에게도 꽤 익숙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거리의 간이주점을 포장마차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6·25동란 이후부터의 일이었다. 리어카 같은 것에 네 기둥을 세우고 포장을 씌운 모습이 미국의 포장마차를 연상시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수·꼬치안주·참새구이·소주 등이 주 메뉴인 포장마차는 수많은 영세민들에게 삶의 방편이 돼주었고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해 왔다. 포장마차에 드나든 경험이 있는 서민이라면 누구나 그와 관련된 크고 작은 추억 몇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꼭 10년전 신인가수 현숙은 『포장마차』라는 노래를 불러 대뜸 스타덤에 올랐다. 「벽돌담 모퉁이에 기대선 포장마차/너도 친구 나도 친구/우연히 만나서 다정한 친구되는 포장마차/아 따스한 인정,아 흐뭇한 미소…」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리듬이나 노래의 전체적 분위기가 히트할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지만,대중에게 친근감을 준 가사내용 때문에 더욱 널리 불렸던 것 같다.
포장마차가 나날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말이 포장마차지,대형화·기업화한 것들도 있고 폭리를 취하는 업주들도 생겨났다. 89년에 이르러서는 서울에서만 4천6백개소에 달해,서울시는 급기야 신림 풍물시장·방배 포장마차촌 등 특정지역에 포장마차를 양성화하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포장마차들이 도로기능에 큰 장애가 되고,위생상태가 불량하다는 점 때문에 차츰 사회문제화하자 당국은 89년부터 정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3년에 걸쳐 2천7백여개소를 정비했고 지금 남아있는 것이 1천8백여개소인데 그 모두를 오는 21일부터 일제 정비한다는 것이다.
포장마차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영세업주들은 당국의 방침에 강력하게 맞설 태세여서 큰 충돌이 예상된다. 오직 없애버리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일까.<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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