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안 2차전' 불씨 '3자 회동'에서 무슨 일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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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명박 두 대선주자가 '경선안 2차전'에 돌입했다. 이 전 시장은 "주중 경선안 포함 모든 것을 결정하자"는 주장이지만, 박 전 대표는 "이미 모든 것을 합의했다"며 '원칙 고수'를 외치고 있다. 4.25재보선 참패후 당의 내분 수습을 위해 마련된 4일 3자회동이 갈등을 더 키워놨다. 신경전은 주말에도 계속됐다. 6일 오전 1997년 국회 입성후 처음 기자단과 함께 산에 오른 박 전 대표는 단호한 어조로 "이미 세 번이나 양보를 했다. 원칙을 흔들지 말라"고 했다. 경선안 갈등 2라운드를 촉발한 4일 3자회동 현장에선 어떤 일이 있었나. 시간별로 밀착 리뷰했다.

4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 대표최고위원실 문이 열렸다. 1시간여의 3자회동이 끝난 시각이다. 어색하게 웃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미소짓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굳은 표정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걸어나왔다. 당사를 나서던 세 사람은 좌우로 갈라섰다. 강 대표와 이 전 시장은 당사 우측에, 박 전 대표는 좌측에 자리를 잡았다. 박 전 대표에게 함께 서자며 손짓을 하던 강 대표는 겸연쩍은 듯 이내 손짓을 멈췄다.

몰려드는 취재진 앞에서 이 전 시장은 "회동의 성과에 만족한다"며 "당에 전권을 일임하기로 했다"는 말을 남기고 금세 자리를 떴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10여분 동안 서서 강도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마음에 안 든다고 또 바꾸고 또 바꾸면 사당이지 공당이냐"고 성토했다.

내홍을 수습하고 상생 경선을 치르자며 마련된 이날 회동은 결국 두 주자간 '경선안 2차전'을 예고하는 것으로 끝났다.

◇李"일임".朴"원칙대로"=비공개 회의에서 이 전 시장은 "경선룰은 오래 끌 일이 아니다"며 "내주에라도 강재섭 대표 중심으로 당 쪽에서 안을 내달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경선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은 여론조사를 어느 정도까지 반영할 것인가다. 이 전 시장은 당심과 민심을 5대 5로 반영하자는 데 반해, 박 전 대표는 현행대로 2:3:3:2(대의원.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평소 말을 아끼는 박 전 대표는 경선안 조정을 노리는 이 전 시장을 향해 작심한 듯 발언 수위를 높였다. "별로 싸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자꾸 그렇게 비치는 건 경선안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며 "네거티브 네거티브 하는데 원칙을 흔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네거티브"라고 했다. 또"저도 불만이 많지만 말하지 않고 있는 것뿐"이라며 "8월-20만명 경선안도 제가 크게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합의된 것을 자꾸 얘기하니 당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또 바꾸고 또 바꾼다면 사당이지 공당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차장 브리핑'=박 전 대표가 발언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도 설전은 계속됐다. 오후 6시 30분 유기준 대변인이 비공개 회의 브리핑을 마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당 지도부에 모든 것을 일임하기로 합의했다"는 유 대변인의 전언과 박 전 대표 측 입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두 대선주자가 모두 합의했느냐"는 질문에 유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그렇다"고 했다. '경선안' 포함 여부를 묻자 "해석상의 문제이지만 동의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측 이정현 공보특보는 "당을 위해 화합하자는 데 공감했을 뿐 경선안 결정 일임에 동의한 일이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 특보가 대변인 브리핑에 대한 입장 표명을 시도하면서 유기준.나경원 대변인과 잠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일부 당료가 회견장에서 반박 브리핑을 저지하자 이 특보는 "그럼 어디서 바로잡으라는 말이냐"고 항의하며 결국 주차장으로 나가 반박 브리핑을 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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