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괴롭히는 전대협 가투(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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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요일 오후 서울 도심을 통과한 시민이라면 짜증을 넘어선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또다시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교통은 막히고 도심은 전장을 연상시켰다. 무엇때문에 이 난리를 또 시작하는지,그들의 구호가 무엇이길래,그들의 이른바 출범식이란게 무엇이길래 모처럼 휴일을 즐기려는 시민들을 이처럼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한양대에서 2만여 대학생이 전대협 출범식을 마친 다음 도심 남대문까지 집결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요일 오후의 경찰과 학생간의 충돌을 연례행사로만 볼 것인가. 물론 시위의 규모나 격렬성이 예년보다는 완화된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벌이는 폭력시위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공감대는 어느 때 보다 더 절실하다.
왜 그런가. 첫째,대학생들의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이젠 더이상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집회에서나 시위과정에 나타난 구호도 민자당 집권 거부와 김영삼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정당을 거부하고,한 후보를 사퇴시키기 위해 수만의 대학생이 모여 도심을 난장판으로 만들 어떤 명분이나 설득력도 지닐 수가 없다.
대학생도 정치적 발언과 행동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평화적 의사표시나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밟아 자기 권한을 행사하면 그만인 것이다.
둘째,그들이 벌이는 집회의 행태가 도대체 학생들의 집회라고 보기엔 국민들의 정서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2억6천만원에 상당한다는 도시락 20만개가 조달되고 공중전화 부스까지 가설되며 이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달리는 열차를 세우는 행패까지 벌였다.
셋째,축제일 수도,명분도 없는 집회고 시위이면서 폭력시위의 모습은 여전하기 때문에 더욱 시민들의 분노를 사게 된다. 지난해 강경대군 치사사건이 있은 연후 시위현장에서 쇠파이프와 각목은 어떤 경우에서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약속이 사회적 공감대로 형성되었다.
그런데도 일요일의 시위현장에서 돌격조 학생들의 손에는 쇠파이프와 각목이 쥐어져 있었고 이들은 전경 3백여명을 무장해제시키고 경찰의 진압 장비를 길 한복판에서 불살랐다. 이제 다시 학생시위가 일어난다면 경찰의 손에도 쇠파이프가 등장할 것이고 폭력은 폭력을 부르며,또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일요일 오후의 대학생 시위를 지켜본 시민들은 이런 여러 이유때문에 명분없고 구태의연한 폭력투쟁식 학생집회와 시위를 이제 더이상 용인할 심정이 아니다. 시민을 볼모로 하는 폭력시위는 「이제 그만!」이라는 시민들의 소리없는 분노에 운동권 대학생들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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