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후보가 해야 할 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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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씨가 예상대로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71년·87년에 이어 이른바 대권 도전 3수에 나선 그에게 우선 축하를 보내면서 우리는 그가 어떤 자세와 무슨 경륜으로 목표에 접근해 나갈지 주시코자 한다.
20년에 걸쳐 한사람이 세번이나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그의 대권집념이 강하고 우리 정치의 상황이 특이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의 후보선출로 주요 3당의 대통령 후보가 모두 결정되었다. 몇사람이 또 뛰어들지는 모르지만 선거전의 윤곽은 짜여졌고 사실상 선거전은 시작됐다. 21세기를 바라 보는 중요한 이 시기에 이번 선거전은 그 결과는 물론 과정까지도 국운과 직결돼 있다.
이런 인식하에 우리는 김대중후보가 국운개척과 정치발전을 위해 유념해줬으면 하는 몇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어차피 치열한 선거운동이 벌어지겠지만 이 시대,이 국민이 요구 하는 수준으로 선거운동의 방식과 격조를 한단계 높이는데 김 후보의 각별한 노력이 있기를 우선 바란다. 많은 국민들은 오래전부터 호남의 김 후보와 영남의 김영삼후보가 맞붙을 경우 빚어질 무한선거전과 지역분열의 위험성을 크게 걱정해왔다. 그런 예상대로 두 김씨의 숙명적 싸움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는데 지역의식과 두 김씨간의 해묵은 감정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과연 어떤 선거전이 될는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 점에 관해 국민의 걱정을 덜고 지도자 다운 면모를 확인하게 해줄 이성적 선거운동,절제 있는 선거운동의 새로운 선거문화 조성에 앞장서주기 바란다.
다음으로 김 후보는 자기에게 짐지워진 두가지 문제에 대해 회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그 한가지는 지역성의 문제다. 지역감정은 군사정권의 소산이요,자기는 그 피해자라는 것이 김 후보의 주장이지만 호남과 호남 출신 주민이 이지적 기반이 되고 있음은 그의 강점이자,약점인 것이 현실이다. 그 자신과 민주당이 이런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어야 대선승리의 목표도 바라볼 수 있고,지역 분열심화란 국가적 비극도 막을 수가 있다. 그러자면 당의 문호개방·측근정치의 개혁·능력위주의 인물 기용 등 자신 주변과 당의 과감한 쇄신이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
또 한가지 김 후보가 회답할 일은 그에 대한 이른바 비토그룹의 존재와 세대교체론의 문제다. 그의 노선과 정치행태를 둘러싼 소위 반김대중 정서에 대해 정책과 공약·참모진 구성 등의 구체적 행동에서 효과적 설득을 할 수 있느냐 여부가 승패의 큰 열쇠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김 후보가 지역적으로 또는 계층적으로 지금껏 알려져 왔던 통념의 김 후보에서 한단계 더 변모된 이 시대와 국가적 과제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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