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이데올로기|마르크스-엥겔스 전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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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동독·소련의 붕괴에 따라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된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의 향후 편집방침을 결정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지난 3월말 프랑스 남부 엑산 프로방스에서 개최돼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국제 마르크스-엥겔스 재단이 주최한 이 회의는 철저한 문헌적 비판을 거쳐 편집된 전집 『역사적 비판적 전집』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역사적 비판적 전집』은 지난75년에 간행되기 시작, 지금까지 전집의 3분의1에 해당하는 45권이 세상에 나왔다. 89년 이후 동독·소련의 붕괴에 따라 간행권이 동독·소련 양국의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에서 90년5월 간행사업의 국제화·학술화를 목적으로 국제 마르크스-엥겔스 재단으로 옮겨진 후 이 재단의 재정기반 확보와 함께 새로운 편집방침·편집체제 확립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90년까지 간행된 각 권은 발행자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위한 당의 연구소였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에 따른 영향을 제거하지 않으면 계속간행 될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이러한 모임이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편집방향은 과거 편집자들이 같이 참여하는 가운데 당의 영향력을 불식시키는 작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과거 편집자·국제 마르크스-엥겔스 재단 편집관계자·헤겔 전집 편집자 등 3개 분야의 관계자들로 독일·러시아·네덜란드·프랑스·스위스·중국·일본 등에서 모두 30명이었다.
회의 첫날은 국제 마르크스-엥겔스 재단의 일반적인 문제와 토론이 있었다. 이날보고에서는 재단이 앞으로 추구할 당 이데올로기 불식과『역사적 비판적 전집』이 갖는 성격의 상충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T당시에는 과학의 다원적 이해가 고려되지 않았었다』고 지적했다. 종래의 편집방향에 대해 심각한 자기비판을 펴면서 탈 이데올로기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둘째, 셋째 날에는 과거 편집에 참여했던 러시아·동독 등에서 참가한 학자들이 준엄한 자기비판과 함께 새로운 편집방향의 제시가 있었다. 의견의 일치를 본 대목은 철저한 학술화의 필요성으로 각 권의 서문·주해·색인 등에서 일체의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연대순 편집을 원칙으로 원문에 충실하도록 하며 약자류의 복원도 필요한 경우 최소한에 그친다는 것 등의 의견이 강하게 제시됐다. 발췌·노트 등은 완전한 수록을 위해 난 외에 기입하고 CD롬 등의 첨단기술을 채용하는 문제도 검토됐다.
후반 3일 동안은 편집기준을 최종적으로 축조심의 하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마지막날에는 총론적 방침에 대체적인 의견접근이 있었으며 컴퓨터를 이용한 출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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