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히토 일왕, 신사참배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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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이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의 합사에 대한 반대 입장 때문에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중단했음을 증언해 주는 시종의 일기가 공개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969년부터 89년 히로히토 사망 때까지 시종으로 근무한 뒤 2002년 숨진 우라베 료고(卜部亮吾)가 남긴 일기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고 26일 보도했다.

이는 '히로히토 일왕이 합사를 못마땅히 여겼다'는 전 궁내청 장관 도미타 도모히코(富田朝彦)의 메모 내용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도미타 메모'는 지난해 공개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실제로 히로히토 일왕은 45년 일본의 패전 이후 8차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으나 A급 전범이 합사된 78년 이후에는 한 차례도 참배하지 않았다.

아사히에 따르면 우라베는 2001년 7월 31일자 일기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그만두시게 된 경위. 직접적으로는 A급 전범 합사가 어의(御意.왕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명기했다. 야스쿠니 참배에 관한 일왕의 언급이 일기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88년 4월 28일자다. "부르심이 있어 후키아게(吹上.왕궁 내의 시설 이름)로. (궁내청) 장관의 알현이 끝난 뒤 (왕을) 뵈었더니 야스쿠니 전범 합사와 중국의 비판, 오쿠노 발언(에 대해 말씀하심)"이라 적혀 있고 야스쿠니 이후의 문장에는 빨간 줄이 그어져 있다.

일기 내용은 히로히토 일왕이 도미타 궁내청 장관을 만난 뒤 우라베 시종을 부른 자리에서 전범 합사 문제를 언급했다는 뜻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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