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계-대중화 변신 몸부림|"침체 자성·활로 모색" 진흥 대책위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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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들어 유교계 내에서는 철저한 자기 반성과 아울러 대중화에 의한 이념 확산을 통해 침체돼 가는 유교의 진흥을 꾀해보자는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후에는 유교가 흔히 생각하듯 난해함과 배타성, 그리고 보수반동의 경향만을 지닌 부정적 사상체계가 아니며 자기 경신과 현대화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대중에 뿌리를 내리고 종교에 준하는 사회적 생산성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적극적인 인식이 깔려있다.
유교계의 개신 운동을 주도해온 유교 진흥 대책 위원회 (위원장 서정기)는 24일 오후 3시 서울 명륜동 유림회관 대강당에서 「2000년대 유교 진흥을 위한 세미나」를 열어 그동안 산하 유교 발전 연구 위원회가 진행해온 연구 결과들을 놓고 발제자와 관련 참석자간에 열띤 토론을 벌였다.
황의동·지교헌·손병욱·이완재씨 등 4인의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 이날 세미나에서는 주로 침체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유교의 진흥이라는 명제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중화 방안의 모색」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황의동 교수 (제주대·철학)는 유교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성균관·지방 향교와 같은 조직의 철저한 재정비와 기능 조정, 유능한 전문 지도자의 양성 및 관리, 유교 사상 체계의 현대화 등의 선행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에 이은 대중화 작업의 구체적 방안으로 학교·가정·사회 교육을 통한 유교 철학 및 이데올로기의 강화, 방송·신문·잡지 등 대중 매체를 이용한 홍보, 연령별·직능별·성별·지역별 조직화에 의한 유교 인구의 확충 등을 제시했다.
황 교수는 특히 유교의 조직화 문제와 관련, 유교 이념에 투철하고 사명감을 가진 핵심세력과 유교 이념에 공감하는 광범한 후원 세력으로 조직을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교의 현대화·대중화·과학화 방안에 대해 논문을 발표한 지교헌 교수 (정문연)는 그동안 유교가 편견이나 특수한 목적에 따라 주로 병리현상만을 부각시킨 부정적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유교 해독론이나 부정적 비판에 대해서는 정치·경제·사회·윤리·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추출될 수 있는 유교 사상의 현대적 효용성을 적극 홍보하는 것으로 대응·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교의 현대화·대중화·과학화라는 대명제를 실천할 수 있는 실제적 대책으로 학교 교육을 비롯한 사회교육·양로원·고아원·의료·윤리가요 보급·예식장·장의사·방송국·경전 번역·신문사·잡지사 경영 등 다양한 사업의 단계적 추진을 제안했다.
「저술」이란 측면에서 유교의 대중화 방안을 발표한 손병욱 교수 (경상대)는 유교를 대중화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대중에게 널리 읽힐 수 있는 저술을 집필하는 것이라고 전제, 이 같은 저술이 충족시켜야할 조건과 다루어야할 주제 등을 설명한 뒤 특정 주제의 저술에 따른 구체적인 목차 예까지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손 교수는 특히 유교의 대중화를 겨냥하는 저술이라면 민족 동질성 회복과 남북통일, 통일 이후의 이념 및 체제 정립 등과 같이 현재의 한국이 안고 있는 당면 과제를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재 교수 (영남대)는 유교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유교 사상의 비현대성, 유교 윤리의 비현대성, 유교 예속의 비현대성, 유교 경전의 난해성 등을 들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유교 인들이 모든 것을 현대적 가치관에 맞춰 새롭게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유교의 대중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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