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벌어지는 국가간 빈부차/유엔 개발계획 『인간개발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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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인구 20%가 GNP 82.7% 차지/하위 20%는 1.4% 뿐… 60배나 격차/자본·기술 선진국 독점이 원인
지구 차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더욱더 많은 부가 선진공업국들로 쏠리는 반면 제3세계 개도국들이 나눠먹을 분량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24일 유엔의 상설보조기관가운데 하나인 유엔개발계획(UNDP)이 내놓은 연례 『인간개발보고서』(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사간)에 따르면 세계인구 가운데 가장 잘사는 상위 20%가 지난 89년 기준으로 전세계 국민총생산(GNP)의 82.7%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못사는 하위 20% 인구는 GNP총액의 불과 1.4%를 차지하는데 그쳐 상위 20% 인구와 비교,약 60배의 분배격차를 보였다. 이는 1960년의 경우 약 30배였던 상·하위 20% 인구간 격차가 30년동안 2배로 커짐으로써 지구차원의 남북 분배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보고서는 이처럼 남북간 부의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과 기술의 불균형 심화와 상품 및 노동의 자유이동제약에 있다고 분석하면서,만일 선진공업국들이 현재의 엄격한 이민정책을 자유화할 경우 연간 2천5백억달러가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또 80년대초까지 플러스였던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의 순자본이동이 83년을 분기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지적하고,72∼82년 기간중 순자본이동은 연평균 2백10억달러였으나 83∼90년 기간중에는 연평균 마이너스 2백1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자본의 역류현상은 세계 자본·상품·노동시장이 선진국들의 독점적 지배하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 보고서는 분석하면서,90년 경우 약 5백억달러가 원조형식으로 선진공업국으로부터 제3세계 개도국으로 이전됐으나 독점체제하에 있는 개도국들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그 10배인 5천억달러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흡수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에서도 개도국들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불리한 것으로 지적됐다. 선진국들의 연평균금리는 4%인 반면 개도국들은 이보다 4배가 비싼 연17%의 이자를 물고 돈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UNDP는 이 보고서에서 이같은 남북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구차원에서 인간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이를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 정상들이 모여 「신지구협정」을 체결할 것을 건의했다.
UNDP는 이 협정의 목표로 ▲전세계 모든 남녀에 대한 보통·기초교육 보장 ▲기초의료보장 ▲모두에게 안전한 식수공급 ▲심각한 영양실조 제거 ▲세계인구의 80%까지 가족계획보급 ▲절대빈곤인구의 50% 감축 등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이에 필요한 재원을 총 1조5천억달러로 내다보고,이는 모든 나라가 앞으로 10년간 군사비지출을 매년 3%만 줄여나갈 경우 생기는 「평화배당금」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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