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대ㆍ무기 하나로 묶어 ‘벌떼 공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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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미래전은 네트워크 중심전(NCW: Network Centric Warfare)이다. 정보통신망으로 모든 무기체계와 부대ㆍ전투원을 하나로 묶어 전쟁을 치른다. 공격 목표가 정해지면 전투 단위들이 한꺼번에 돌진하는 벌떼 공격이 가능하다. 군사기술 혁명의 산물이다. NCW는 아서 시브로스키 미 해군 제독이 1998년 월마트의 네트워크식 관리기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했다. 이라크전부터 본격화됐다. 한국군도 NCW 수행체계를 갖추기 위한 기초연구에 들어갔다.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전쟁 첫날 남부 나시리야 지역. 땅거미가 내려앉자 미 제3 보병사단 블라운트 소장은 공격명령을 내렸다. 3사단 소속의 4여단은 155㎜ 곡사포 300발과 아파치 공격 헬기의 헬파이어 미사일로 이라크군의 전탐 초소부터 격파했다. 이라크군 초소는 본부에 상황조차 보고하지 못하고 제거됐다. 동시에 제1, 2 여단전투팀(BCT: Brigade Combat Team)이 방벽을 돌파해 이라크군 전차 12대를 파괴하면서 적진 속으로 진격했다. 뒤이어 제3 BCT와 제7기병이 나서 2단계 공격을 실시해 나시리야 주변의 탈리 비행장을 장악했다. 기습을 받은 이라크군은 대응할 틈도 없이 마비상태가 됐다.

미군의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작전은 NCW 방식 덕분이다. 미국의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합동지상감시레이더항공기(JSTARS),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보병 전투병 등이 포착한 이라크군 태세와 배치 정보는 통신망을 통해 시시각각 지휘본부로 전달됐다. 지휘부와 무기체계를 연결하는 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는 전투지역 정보를 항공모함ㆍ전투기ㆍ전차ㆍ공격헬기 등에 보내주었다. 정밀 폭격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실시간으로 전달된 정보 때문이었다. 전투력은 극대화됐다. 정보력은 무기 간 천적(天敵) 관계를 활용토록 해주었다. 예컨대 공격헬기는 야포를 잡을 수 있지만 야포가 공격헬기를 격추하기는 어려운 것을 말한다. 미국의 전시 내각도 전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무인항공기 정찰시스템을 활용해서다. 이라크 전장은 19세기(이라크)와 21세기(미국)가 만난 곳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16일 국회에서 우리 군도 NCW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보고했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각군의 C4I와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 등을 구축하고 있다. 군사 조직과 부대 구조도 NCW를 수행하기에 효과적인 형태로 바꿀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 군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NCW의 핵심인 감시체계(ISR)와 타격체계(PGM), C4I 간의 상호 연동이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기초적인 정보수집 수단을 거의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등 적 후방을 정찰할 수 있는 무기체계도 없다. 한국군 무기체계는 대부분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NCW 체계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군사기술 발전 때문이다. NCW 체계를 갖추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전력 증강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NCW 체계 구축은 필수적이다. 덴마크ㆍ노르웨이ㆍ네덜란드ㆍ영국ㆍ독일ㆍ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NCW 연구가 본궤도에 올라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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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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