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전 면담] 서정우 "구속될 지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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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핵심 측근인 서정우(徐廷友)변호사는 검찰에 긴급체포되기(8일) 전인 지난 주말 李전총재의 서울 옥인동 집을 찾았다.

LG 측에서 "검찰에 가는데 아마 대선자금 문제를 진술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그때 徐변호사는 자신이 곧 체포될 걸로 예상했다 한다. 그래서 급히 李전총재에게 달려가 상황을 보고했다. 그는 그러나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선 상세히 털어놓지 않았다고 지난 11일 구치소로 면회간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 심규철 의원에게 밝혔다. "총재가 너무 놀랄까봐 차마 액수는 밝히지 못하고 기업의 명단 정도만 말했다"는 것이다.

徐변호사는 李전총재에게 "제가 조만간 검찰에 불려가게 될 것 같습니다. 구속될지도 모릅니다"고 말했다 한다. 李전총재는 침통한 표정으로 "어떻게 자네가 구속되는 것을 보겠는가. 차라리 내가 처음부터 지시했다고 말하고 (감옥에)들어갈까"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徐변호사는 전했다.

徐변호사는 당시의 대화 내용에 대해선 더 이상 밝히지 않은 채 沈의원에게 "LG.삼성.현대차 등 3개 기업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왜 나를 지목했는지 의아해했으나 기업 측에서 '당신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해 총재를 위해 악역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 측은 '정치인은 믿을 수 없고 언제 탈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잘못하면 우리 입장만 곤란해질 수 있다'며 '돈이 어디서 왔다고 (당에는)말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당에 전달할 때는 돈의 출처를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徐변호사는 "검찰이 기업들의 약점을 잡아 한나라당 것만 추궁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2일 검찰에 대한 포문을 강화했다.

이재오 사무총장.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검찰이 LG에는 LG카드 부도.LG홈쇼핑 탈세 수사, 삼성에는 에버랜드 사건 수사 재개, 현대자동차엔 해외펀드 수사 가능성 등을 내세우며 압박했다"며 "편파 수사가 계속되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李총장은 "검찰은 한나라당이 제출한 후원금 자료를 악용해 합법적으로 후원금이나 당비를 납부한 사람들에게까지 출두를 강요하고 있다"며 검찰총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박진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25일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계기로 지지율이 뒤집힌 여론조사 자료를 내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높을 때에 한나라당에 불법 자금이 몰렸다면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앞섰을 때엔 왜 공식 후원금 28억원만 있고 불법 자금은 한푼도 없는지, 검찰은 이 의문에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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