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리자 「타고 투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춤추는 방망이와 흔들리는 마운드.
92프로야구개막과 함께 컨디션을 채 갖추지 못한 투수들을 상대로 방망이가 때를 만난 듯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타고 투저(타고 투저) 현상이 페넌트레이스 초반을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올 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이 볼 한개 정도 낮아짐에 따라 투수들이 타자를 상대로 승부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져 당분간 활발한 타격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심한 겨울 훈련으로 인해 투수들의 몸이 무거운 것도 타격전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12일까지 모두 25게임을 치르는 동안 홈런이 42개가 터져 게임당 1· 7개의 아치를 그려내고 있으며 득·실점 합해 모두 4백70점을 기록, 게임당 18· 8점의 난타전을 보이고 있다.
또 투수들은 모두 1백27명이 등판, 게임당5·08명이 마운드에 올라 안타세례를 받았다.
이들 투수들은 모두 1천6백38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4백45개의 안타를 허용, 게임당17· 8개의 안타를 두들겨 맞았으며 4사구 또한 2백31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 선동렬 (선동렬·29)을 비롯해 이강철(이강철·26· 이상해태), 김상업(김상엽·23· 삼성) 등이 완봉승을 따내 그나마 마운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14일부터 시작되는 야간경기에서는 아직까지 날씨가 추운 관계로 투수들이 더욱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 같다.
이 같은 투수들의 난조를 틈타 맹타를 휘두르는 선수는 해태의 장채근(장채근)으로 6경기에서 4게임 연속홈런의 괴력을 발휘하며 홈런 더비 선두에 올라있다.
또 지난해 타격3관 왕 장종훈 (장종훈·25· 빙그레)은 본의 아니게 출루율 2위 (59%)를 기록하고있다.
장종훈은 투수들의 경원으로 8개의 4사구를 기록, 게임당 1· 6개의 공짜출루를 기록했다.
그러나 장종훈은 투수들의 맞대결 기피에도 불구, 2개의 홈런을 뿜어내 강타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또 신인 동봉철(동봉철·23· 삼성)이 기존 선수의 틈바구니에서 출루율1위(60%)와 타격2위 (0· 474%)에 올라 신인 타자 중 가장 두드러진 활약으로 신인 왕 후보로 떠오르고있다.
현재 8개 구단의 총 팀 타율이 2할7푼2리를 기록, 전반적으로 높은 반면 총 방어율은 4·29로 타격이 투수들을 압도하는 타격우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8개 구단 중 롯데가 팀타율 3할7리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팀 방어율은 해태가 2·55로 1위에 올라있다.
롯데는 장거리포 대신 단거리포로 날카로운 타격을 보이고 있어 투수들의 기피1호 팀이 되고있는 반면 막상 마운드의 해태는 개막 때부터 투수들이 안정돼있어 타자들이 꺼리는 팀으로 떠오르고 있다.
1점차 승부가 모두9개나 나와 프로야구 초반판세는 각 팀 투수들이 제 페이스를 찾기까지 당분간 팬들에게 짜릿한 맛을 안기는 타격전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2강3중3약의 판도에 태평양 돌풍이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 <장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