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무장 미화시킨 일 시대소설 이상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
일본 전국시대를 청산하고 통일의 기초를 닦은 세 무장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주인공으로 한 일본 시대소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질풍』(언어문화사간·허문열 역), 『울지 않는 새는 죽여라』(학원서적·김용주), 『야망은 꿈인가』 (평단 문화사·최문열 ), 『덕천가강』(고려원·박준황)등 다양한 제목을 붙이고 요란하게 광고를 하고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20여 년 전『대망』(전20권)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돼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던 야마오카 소하치 원작 『덕천가강』을 1∼2권으로 축약한 해적판들.
이밖에도 나가오카 게이노스케의 『오다 노부나가』(청송·일본문학연구회), 시바료타로의『덕천가강』(인문출판사·안동민)등이 이미 나와 있고 이 달 안으로 같은 내용의 책들이 여러 출판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일본 시대소설이 붐을 이루는 것은 NHK방송의 대하드라마 『오다 노부나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데 영향받은 점도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국내 영세출판사들의 한탕주의가 주범이라고 서점 가에서는 보고 있다.
사실 이 책『대망』은 원작자 야마오카 소하치가 종전 후 일본인들 사이에 만연해 있던 패배의식을 씻고 일본 혼을 심기 위해 유명일간지에 17년간 연재했던 것으로, 기둥 줄거리만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을 뿐 나머지는 일본인의 시각에서 일본 역사를 극도로 미화시켜 무협소실로 분류될 정도의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을지 서적 김영수 업무부장은 『일본을 제대로 알자는 독서 계의 움직임에 편승한 기획으로 보이나 일본의 세 무장을 불세출의 영웅으로 그린 이 같은 책들은 일본에 대한 감성적 이해를 부추길 뿐』이라고 그 폐혜를 지적했다.
역자들의 머리 글이나 표지의 글들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경제대국이 된 일본이 왜 뒤늦게 전쟁의 귀신 오다 노부나가를 새삼 야단스럽게 내세우는가. 그들은 세계를 향해 무슨 행동을 하고 싶은가.』
『왜 일본인들 사이에 오다노부나가의 선풍이 새로이 이는가. 정치·경제·사회 등 일본의 모든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오다는 정신은 무장이면서도 오늘날 일본 발전의 기원이 되는 혁신적 인물로 평가된다.』 일본인들간에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최근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에 비춰볼 때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일본의 팽창주의를 경계해야 할 우리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를 자의적으로 미화하고 무장을 신격화하고있는 책들을 무비판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무책임한 상혼이라는 게 뜻 있는 출판인들의 중론이다. < 최형민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