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코트 떠나 만학 꿈 키운다.|고졸 7년만에 대학생 된 농구스타 성정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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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뒤늦게 대학생이 된 성정아(성정아·27· 숙명여대 체육교육과1)는 봄을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강의실·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하랴, 7∼8세 연하의 동생뻘 되는 후배들과 어울리랴 하루 해가 짧게만 느껴진다.
지난2월 91농구대잔치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설 때까지만 9년간 대표팀 부동의 센터로 활약하면서 「코트의 여왕」으로 군림해온 성정아는 「못 다한 공부에 대한 미련을 지울 수 없어」15년 동안 정든 코트를 과감치 박차고 나와 지난3월 숙명여대에 진학,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
코트의 환호와 올림픽을 앞둔 농구협회의 간곡한 대표팀복귀 권유도 뒤로한 채 홀연히 캠퍼스로 돌아온 80년대 한국농구 최고의 스타 성정아.
농구계를 떠난 그녀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봄을 맞아 벚꽃·개나리가 흐드러진 서울 청파골 숙명여대 교정에서 이제는 제법 여대생 티가 풍기는 성정아를 만났다.
-대학생활이 선수시절보다 재미있습니까.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고교졸업 후(삼천포여종 고) 7년만의 학교생활이라 공부의 공백도 있고 갑자기 닥친 대학의 자유스런 분위기가 생소하기도 했고요. 선수 때엔 주로 합숙이라 주어진 훈련스케줄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면 됐으나 대학생활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밀어닥친 「자유」가 부담스러웠어요.
-동급생이 동생뻘인데 잘 어울립니까.
▲우리 체육교육과는 모두 31명(1학년)인데 그중 배구선수 출신인 이영미 언니(30)가 제일 나이가 많고 올해 선일여고· 은광여고를 나온 현실이·영선이 등 농구 후배들도 있어 스스럼없이 어울립니다(그러나 성정아는 아직 서클활동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학과공부 자체도 아직 벅찬데 과외활동은 시기상조라는 것. 성정아는 특히 영어를 빠른 시간 안에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개인교습을 받고있다고. 코트를 누비던 성정아가 책과 씨름하는 모습을 대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얼굴이 많이 알려졌는데.
▲학교에서 학생들 중에는 사인해 달라고 불쑥 찾아오는 애들도 있고, 수업시간에 일부교수님들 중에는 질문공세를 펴며 앞에 나와 선수시절의 에피소드· 경험담을 학생들에게 얘기해달라고 주문하는 분도 계셔요. 그럴 때면 쑥스럽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재미있어해 기쁘기도 해요.
-운전면허도 땄다던데.
▲지난해6월 경희 언니(최경희)와 함께 단번에 붙었어요. 시내 연수도 이미 끝냈고 가끔 아버지 차(쏘나타)도 몰곤 해요(그러나 성정아는 통학만은 철저히 전철을 이용한다고 했다. 집 앞의 압구정동 역에서 3호선을 타고 충무로에서 4호선으로 한번 갈아타면 숙대 입구 역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또 저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고 싶어요. 통학하면서 중·고생 팬이나 승객들로부터 뜨거운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고 있어요.
-얼마 전 아시아선수권 대회중국과의 경기 때에는 관전했는지.
▲수업시간이 겹쳐 잠실에 직접 가보지는 못하고 TV로만 봤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깨져 속 상했어요. 그러나 선수시절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열심히 한만큼 결과로 보상받았고…. 이제는 공부 외엔 관심이 없어요.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최선용 (최선용·28)씨라고 한 살 차이인데 지금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해요. 80년대 중반 수영대표선수로 한국신기록을 여러 번 경신했고 지금은 한체대· 대학원과 조교를 거쳐90년 경호실에 특채됐어요.
대표선수시절이던 86년 선수촌에서 처음 만난 이래 가끔 만나오다 서울 올림픽 후 89년부터 (연인 관계로) 자주 만나고있어요. 결혼은 학칙 상 재학 중에는 불가능하게 돼있어 30세는 넘겨야될 것 같아요 .
물론 선용 씨로부터는 허락을 받았지만요 (성정아는 불굴의 투혼과 성실한 자세로 선수로서는 최고의 찬사와 환호를 받으며 성공적인 매듭을 지었다. 그러나 전혀 생소한 학문의 세계에 대해서는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도 있어 보였다).
공부가 그리워 대학에 온만큼 계속 공부해 대학강단에 서는 게 꿈이에요 .
선용 씨는 물론 부모님도 적극 지원해주기로 약속했거든요.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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