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자존심 떨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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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 진출 눈앞에 둔 김주성
드디어 오늘 출발이다.
얼마나 갈망해온 독일 행인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앞으로 내게 펼쳐질 「제2의 축구인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돌이켜보면 요즘처럼 마음이 들뜬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동안 충분한 훈련을 못해 몸도 생각같이 따라주지 않지만 우선은 마음의 안정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난달7일 병역 특례자 훈련을 마친 직후 가족과 함께 부산 (해운대 소재 동립 아파트)으로 내려와 새 보금자리를 꾸몄지만 마음 한구석이 여전치 허전하기만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4일 부산 홈 경기는 제대로 훈련한지 2주일도 되지 않은 탓에 특별히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나는 후배 하석주 (하석주) 김정혁 (김정혁)과 함께 공격 선봉의 대임을 맡아 대LG전에 뛰어들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이라도 열심히 뛰어보라는 이차만(이차만) 감독의 배려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에 열심히 뛰었다. 어찌됐든 마음을 다져 잡고 스파이크 끈을 졸라매야만 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구단 측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들었다.
독일축구 분데스리가 1부 팀인 슈투트가르트 팀이 선수스카우트의 예비 단계 격인 「입단테스트」를 하고 싶다는 뜻을 구단 측에 보내왔다는 것이 아닌가. 말이 입단테스트지 실은 나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단 측 역시 긍정적인 반응인데다 나 또한 이미 「독일 진출」을 마음에 굳힌 터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마음의 부담이 큰 것이다.
비록 불발로 끝나고 말았지만 나는 지난1월 역시 분데스리가 1부 리그에 속한MSV 뒤스부르크 팀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고 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병역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무산됐었다.
당시 내게 호감을 보인 뒤스부르크 팀은 병역문제가 해결되면 언제라도 외국 선수 중 최고 대우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쳤었고 나 또한 이 제의에 솔깃해하지 않았던가.
이번에 내게 입단을 제의해온 슈투트가르트 팀은 1899년 창단 된 명문 구단이긴 하나 91∼92시즌엔 하위권(18위)에 처져있어 스트라이커 영입이 절실한 실정이라는 알을 듣고 있다. 조건 또한 다른 팀에 못지 않게 파격적이다. 물론 입단테스트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나 그건 한낱 형식일 뿐 내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나 진배없다. 나로선 독일진출의 다시없는 기회이며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나의 독일 행은 모든 여건이 갖춰져야만 한다. 다행히 구단이나 가족 모두가 호의적이어서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긴 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내 마음을 정리하는 일뿐이다.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현실 안주에만 머무를 수는 없지 않은가.
독일 출국에 앞서 다시 한번 나 스스로를 다그쳐 다짐해본다. 축구선진국 독일의 넓은 그라운드를 맘껏 누비며 차범근(차범근)선배의 뒤를 이어, 또 한번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펼쳐 보이리라. 야생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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