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북부“푸대접에 못살겠다”…거센 주분리운동(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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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판 지역차별” 남부 집중투자에 북 주민 불만/6월 주민투표… 연방승인 까다로워 “산너머 산”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주분리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이곳은 할리우드문화로 대표되는 도회풍의 주남부와는 더이상 공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주북부 26개 카운티가 주분리문제를 주민들이 의사에 맡기기로 결정한 상태며 「독립」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58개 카운티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이북의 27개 카운티로 구성되는 북부지역은 주전체면적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는 2백15만명으로 주인구의 7%에 불과하며 주요산업은 임업·농수산업이다.
특히 울창한 삼림,아름다운 호수로 이름난 이곳은 스모그·폭력·향락문화로 악명높은 남부와는 판이하며 남쪽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도 대단하다.
북부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주분리운동을 펴게 된 것은 주정부의 예산운영에 대한 불만이 누적,폭발했기 때문이다.
북부주민들은 불황으로 가뜩이나 살기 힘든 판에 자신들이 낸 세금의 70∼80%가 남부 도시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며 불평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캘리포니아주정부에 처음으로 반기를 든 곳은 라센 카운티다. 라센 카운티는 지난해 9월 92년도 세입예산에서 주정부를 위해 충당해야할 비용중 건강복지사업비 96만달러(한화 약 7억3천만원)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라센 카운티는 또 주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캘리포니아주에서 탈퇴,인접한 네바다주로 편입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라센 카운티의 반항을 시작으로해 주분리운동은 북부전역으로 확산됐고 26개 카운티가 분리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오는 6월 캘리포니아주 대통령 예비선거때에 맞춰 실시하기로 했다.
주분리에 가장 적극적인 스턴 스티섬 주하원의원(공화)은 뷰트 카운티등 북부 9개 카운티를 대표하는 의원은 자기 혼자뿐인데 반해 남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경우 의원이 28명이나 된다며 『주정부는 도대체 북부의 목소리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독립」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스티섬 의원은 북부 27개 카운티를 캘리포니아주에서 분리,「북캘리포니아주」로 51번째주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분리운동의 앞날이 그렇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북부카운티들의 주민투표에서 분리결정이 나도 독립이 자동적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주분리가 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캘리포니아주 상·하 양원이 주분리 공동결의안을 채택하고 ▲연방의회가 이를 승인해야 하는등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있다. 또 주분리를 반대하는 남부의 반발도 북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북부지방 언론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곳 주민의 60% 정도가 주분리에 찬성하고 있다.
분리주의자들은 특히 캘리포니아주 대통령 예비선거를 이용,주분리문제를 전국적인 관심사로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구소련에서도 (민족의 분리독립이)가능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 없다』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의욕적인 독립운동이 성공,과연 51번째주가 탄생할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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