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 "에릭과 딜런은 순교자"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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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리킨 두 사람은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로 이들은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 덴버시 인근의 제퍼슨 카운티에 있는 컬럼바인 고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들이다. 당시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희생됐고 범인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사회에 던진 충격도 컸다.

?뚜렷해진 모방 범죄설=버지니아공대 사건 초기부터 이 사건과 컬럼바인 사건의 유사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두 사건 모두 학교를 무대로 총기를 이용한 대량 살상 사건이었다. 범행의 끔찍한 양상, 범인들의 침착한 움직임과 자살로 끝난 점 등도 공통점이다. NBC에 보내진 메시지는 이런 모방 범죄 가능성을 뚜렷하게 확인해 줬다.

컬럼바인 사건이 발생했던 지역의 신문인 덴버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이번 사건과 컬럼바인 사건의 유사성을 집중 보도했다. 덴버포스트에 따르면 두 사건의 공통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범행 발생 시기가 유사하다.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준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승희가 범행 시기를 고를 때 컬럼바인 사건의 8주년을 의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덴버 경찰국의 범죄심리학자 존 니콜레티는 "결정적인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부당한 대우에 대한 복수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컬럼바인 사건이 미국 사회에 던진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이 사건은 ▶총기 규제 ▶인터넷 이용 ▶폭력적인 게임.영상물 ▶학교 내 폭력.왕따 문제에 심지어는 범인들이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진 록그룹 매릴린 맨슨과 관련된 악마숭배 사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슈를 생산했다.

조승희가 컬럼바인의 범인인 에릭과 딜런을 순교자로 지칭하면서 자신도 순교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모방 범죄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이제는 훨씬 끔찍한 버지니아공대 사건이 컬럼바인 사건의 상징성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세 언급한 건 카리스마 콤플렉스=조승희는 또 "나는 모세처럼 바다를 가르고 사람을 이끌었다"고 썼다. 자기를 중동의 홍해를 갈라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이끈 성경 속의 선지자 모세와 동일시한 과대망상이다.

정치심리학에서 모세는 신으로부터 권력을 내려받은 사람으로 이른바 '카리스마 리더십'의 원형으로 다뤄진다.

조승희의 과대망상은 전지전능한 신적인 권력을 추구하는 '카리스마 콤플렉스' '선지자 콤플렉스'로 불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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